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의 주제곡을 작곡한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53·사진)가 모국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10일 한국에서 발간되는 이삼성 한림대 교수 등 5명의 공저 ‘동북아시아 비핵지대’(살림출판사 출간)에서 사카모토는 추천사를 통해 "동아시아에 긴장이 존재한다면 무력을 증강하기 이전에 그 긴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군국화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이 글에서 "전쟁은 최후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없애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강구해 보지 않은 채 전쟁의 불가피성을 전제로 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도 "국제법을 무시하고 평화헌법을 어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아시아의 평화구축 방안에 대해 ‘작은 유럽연합(EU)’ 모델을 제안하고 "우선 한국과 일본 양국부터 여권이 필요 없는 자유왕래를 이뤄야 한다"고 제의했다. 그는 더 나아가 동아시아 비핵지대 창설을 촉구하면서 "핵이 낳은 ‘비극적 유산’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가 있는 일본이 여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 테마 음악 작곡을 시작으로 영화음악에 뛰어든 그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제곡으로 1988년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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