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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해지는 반일시위/ 성난 중국인들, 日 공관·기업에 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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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해지는 반일시위/ 성난 중국인들, 日 공관·기업에 투석

입력
200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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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에 항의하며 시작된 중국의 반일 시위는 9일 수도 베이징(北京), 10일 광둥(廣東)성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일본 외교공관, 일본계 기업에 대한 투석이 벌어지는 등 격렬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7만5,000명이 넘는 중국 거주 일본인들은 외출을 삼가면서 몸을 움츠리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상하이(上海)의 한 식당에서는 일본인 학생들이 다짜고짜 폭행을 당해 이들의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일부 언론은 "중국 정부가 통제를 못하는 것인가, 방임하는 것인가"라며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요일인 10일 오전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廣州)시에서는 붉은 색 티셔츠 차림의 1만 여명이 톈허(天河)체육관 앞에 모여 일본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했다. 시위대는 중국 국기를 흔들며 "침략역사 왜곡하는 일본은 반성하라", "제국주의 일본 상품을 사지말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행진 도중 일본 식당에 달걀을 던지고 창유리와 간판을 부수었다. 또 식당 앞의 일제 차량을 뒤집으려다 공안(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시위대는 일본총영사관이 입주한 가든호텔 앞에서 일장기와 일본 상품 화형식을 가진 뒤 빈병을 던져 창유리가 여러 장 깨졌다. 같은 광둥성 선전시에서도 1만 여명이 일본계 소고백화점을 에워싼 채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9일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도 1만 명 이상이 하루 종일 시내 중심부를 행진하는 반일시위가 발생했다. 베이징에서 이런 시위 규모는 1999년 미 공군기의 주 유고 중국 대사관 오폭 사건 이후 최대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아침 일찍부터 베이징 서북부의 첨단기술단지와 대학들이 집중된 하이뎬(海澱)구 중관춘(中關村) 거리에 모인 시위대는 ‘38만명을 살해한 난징(南京)대학살을 잊지 말자’,‘타도 일본제국주의’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에 나서 수를 늘렸다. 이들은 20㎞ 정도 떨어진 베이징 중심부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일본 식당과 은행의 창유리, 기업 광고판 등을 부쉈다.

오후 들어 시위대는 200~300명 단위로 중국 공안의 통제선을 뚫고 일본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차도를 점거한 채 돌과 콘크리트 조각을 던져 대사관 창유리 20여장이 깨졌다. 특히 대사관저가 있는 21세기호텔 앞에서는 심야까지 격렬한 시위가 이어져 반경 1.5㎞의 주요 도로가 차단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은 일본 대사관 주변엔 사상 최대 규모인 수천명의 병력을 배치했지만 투석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 일본대사는 이날 차오쭝화이(喬宗淮) 외교부 부부장에게 즉각 항의하면서"형식적인 경비만을 하면서 파괴활동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중·일 왜 대립하나/신사참배·가스전 개발 갈등이어 교과서 '난징대학살' 기술축소

무엇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가 중국의 일본에 대한 불신을 촉발시킨 시작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취임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참배를 강행했다. 중국은 정상간 상호방문을 중단하는 등 강경 대응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를 중단하겠다는 말은 지금도 하지 않는다. 2003년 이후 표면화된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이 중·일 중간선 부근 수역의 춘샤오(春曉) 가스전에 대한 개발에 착수했고, 일본은 정보 제공과 공동 개발을 요구했다. 중국은 응하지 않았고, 일본도 독자 개발에 나설 태세다.

지난 3월에는 중국이 "일본 영토가 아니라 암초"라고 주장하는 태평양의 오키노도리섬에 일본 민간 조사단이 상륙해 중국측이 항의하는 등 해양권익을 놓고 양국의 대립은 심각하다.

지난 5일 후소샤의 역사교과서가 난징(南京)대학살의 기술을 축소시킨 채 또다시 검정을 통과하면서 중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은 더욱 커졌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대한 무기수출금지를 해제하려는 데 일본이 미국과 함께 반대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도 중국에는 불만이다.

올해가 중국으로서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대항한 무장투쟁을 기념하는 ‘항일 전쟁 승전 60주년’이기 때문에 반일감정이 번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양국은 정치적 갈등은 있어도 경제에서는 협력하는 ‘정냉경열(政冷經熱)’의 관계에는 동의해왔다. 이번 반일시위에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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