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국제적 연대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2주간 박봉주 총리,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으로 이어지는 북한 고위 관리들의 잇단 방문에도 불구, 중국은 북한을 6자 회담에 복귀토록 하는 데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6자 회담의 군축 회담 연계를 제의한 데 이어 북미 수교 후 핵 폐기 의사를 천명하는 등 회담 재개보다는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새롭고, 더 공격적인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나머지 6자 회담 참가국이 비공식 협의를 갖기 시작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조치들 중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는 방안, 대북 정보수집 활동 및 정찰활동 강화, 마약, 무기 적재 북한 선박 차단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이 완전히 끝났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실탄들이다. 관측통들은 적어도 북한이 회담을 거부한 지 1년이 되는 6월까지는 6자 회담의 ‘사망선고’는 내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6자 회담의 재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훈련이나 대북 정보수집 활동 강화 등은 오히려 북한에 회담 불참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또 불법 선박 차단 활동은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확산방지구상(PSI) 차원에서 상정하고 있는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6월 이후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지만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완전한 동의를 얻기에는 부담이 있어 당장은 현실화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부시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시한을 정해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그 시점이 되면 강경파들이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이 기댈 곳은 중국이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의 방북 여부는 그 자체로 북한을 압박하는 외교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후진타오 주석의 북한 방문이 실현될 경우 북한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예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방북은 6자 회담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최근 강경 기조는 6자 회담 수용 전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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