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자신감을 보였던 일본 외교가 국제사회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당혹해 하고 있다.
일본을 가장 당황하게 만든 것은 8일 폐막한 유엔 총회에서 미국이 안보리 증설 기한의 설정을 반대한 것이다. 이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해 온 미국 등의 지원을 얻어 9월 중 유엔 총회에서 투표로 상임이사국 진출을 실현하겠다는 일본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1일 ‘안보리 확대를 9월까지 완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증설이 확정된다면) 아시아에 예정된 2개의 의석 가운데 하나는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례적인 언급을 해 일본측을 고무시킨 바 있다.
일본측은 "상임이사국 확대가 국제사회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 온 미국의 본심은 일본만을 상임이사국에 진입시키는 것"이라고 자위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과제는 미국 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상임이사국 중에 미국을 제외하고도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증설은 합의가 불가결하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웃 나라인 중국과 한국이 드러내놓고 일본의 진입을 반대하는 것도 커다란 부담이다. 여기엔 역사문제, 영토문제 등 복잡한 현안이 얽혀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도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본이 자신들의 오랜 염원을 실현하려면 우선 안보리 확대 반대를 분명히 한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키고, 중국과 한국의 강력한 반발을 무마해야 한다.
최근 집권 자민당내에서는 "(일본이) 이 같은 상황을 맞은 것은 외교전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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