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한국철도공사(옛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투자 의혹과 관련해 "이광재 의원이 철도청에 사업참여를 제의했다"고 주장하며 철도청의 내부문건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감사원이 작년 말 은행 대출과정의 문제점을 포착해 특별감사에 착수했으나 이를 중단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의원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전개발 의혹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파문도 커지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감사원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이번 주 내내 관련자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검찰수사 불가피론을 밝혔지만 "감사하다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 넘기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의혹의 핵심인 이 의원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조사할 것"이라며 미온적이다. 이래 가지고 국민적 의혹을 어떻게 풀어주겠다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감사원의 이번 사건 조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손상됐다. 허문석 한국크루드오일 대표가 지난 4일 출국한 것과, 감사원 관계자가 이 의원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 등이 그렇다.
이런 점에서 감사원은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하루빨리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감사원이 맡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다. 검찰도 이미 자료 수집 등 기초조사를 하며 감사원의 고발을 기다리고 있다지 않은가. 감사원이 미적거리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특별검사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국민들은 지금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의혹에 대해 도대체 진상이 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철도청이 왜 이런 도깨비 장난에 뛰어들었는지, 이 의원 등 정치권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의 의혹을 속 시원하게 밝혀 주기를 바라고 있다. 검찰로서도 수사에 나서면 수사력을 모아 ‘오일게이트’인지 ‘단순사기극’인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한번의 치욕적인 특검을 부르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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