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체 진로의 매각 대금에서 채권단이 가져갈 금액이 3조500억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금액을 넘는 대금은 진로의 회사 내 유보자금으로 잡혀, 사실상 진로 인수가는 3조5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로 매각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8일 "진로 채권 총액은 채권 액면가에 이자, 제반 비용 등이 합쳐져 모두 3조500억원"이라며 "채권 총액을 넘는 인수 대금은 진로의 회사 내 유보자금이 되고 이는 진로의 새 주인이 관리하게 되는 만큼 진로의 실질적인 인수대금은 3조500억원이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1997년 진로가 부도를 내자 국내 은행들은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1조4,659억원 어치의 채권을 8%인 1,261억원에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에 넘겼다. KAMCO는 이를 2,742억원에 골드만삭스에 되팔았고 또 다른 1조원대 채권도 헐값에 국내외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이에 따라 진로 채권단은 ‘진로 리스크’를 안은 대가로 수 년 만에 사실상 2조원이 넘는 차익을 챙기게 됐다.
진로 우선협상대상자인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은 이날 이행보증금 700억원을 예치하고 채권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은 진로에 대한 정밀실사를 4주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다음주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에 관한 사전심사도 청구할 방침이다. 진로의 정리계획안에 따르면 MOU 체결 이후 정밀실사를 거쳐 3개월 내에 본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독과점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데다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하이트 맥주의 인수를 속단하긴 이르다고 보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의 58%를 차지하면서 하이트주조를 통해 소주시장(전북)에도 진출해 있는 하이트맥주가 소주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는 진로를 인수할 경우 주류 시장의 독과점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는 "소주와 맥주는 상품의 가격이나 구매자들의 대체 가능성에 대한 인식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별개의 시장으로 봐야 한다"며 "소주시장의 독과점 여부도 시장점유율, 진입조건, 인접시장의 존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청구가 들어오면 공정위는 30일 이내에 결론을 내리되 90일까지 심사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어 최종 결론까지는 4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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