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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황사보다 무서운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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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황사보다 무서운 미세먼지

입력
200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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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철이 되면 불청객인 황사가 한반도를 찾아 든다.

황사의 농도는 순간적으로 3,000㎍/㎥에 근접하는데 이는 평상시의 30배에 가까운 수치로 시야거리가 10㎞ 이하로 떨어진다. 또한 황사의 농도 기준은 PM10(Particulate Matter 10·직경이 10㎛ 이하인 먼지)인데 숨을 쉴 때 코와 기관지에 흡착되며, 2.5㎛ 이하의 작은 입자들은 폐 깊숙이까지 흡입되어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신라 시대 기록에도 나오는 토우(土雨·흙비)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은 일제강점기부터 황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총량이 2,000만 톤에 이르고 상층기류를 타고 북아메리카까지 날아간다고 하니 그 연혁과 규모에 비추어 인간의 힘으로는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황사 발생일수가 점점 늘어간다는 것이다. 1960년 이후 한 해 3∼4일 정도였던 것이 2001년에는 25일까지 늘어났다. 이는 황사 발생 지역으로 밝혀진 중국과 몽골의 사막 지역 및 건조지대의 약 60%가 최근 100년 동안에 만들어진 지역이라는 사실에서 심각성이 있다. 한 나라의 개간과 목초지 방목이 건조한 기후와 맞물려 사막화를 촉진시켰고 결국 이웃나라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가 국가를 초월하여 공동으로 대처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황진(黃塵)에 가까운 미세먼지의 피해는 사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이다.

얼마 전 생태경제학 박사가 PM10과 관련된 책을 한 권 출판했다. 우리나라의 약 30년에 걸친 각종 건설 공사와 대기질의 관계를 분석하고 실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아이들에게까지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밝혔다. 흡연 등 개인적인 요인도 없지 않겠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기의 평균 먼지의 농도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미세먼지에 이산화황, 질소화합물, 중금속 등의 흡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은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서울에서만 한 해 약 1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미세먼지에 노출된 산모의 저체중아 출산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태어났다고 하더라고 기관지 계통의 질병과 알레르기 체질로 약한 아이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단연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서울의 PM10 농도를 들 수 있다.

또한 위 책에 의하면 국민총생산(GNP) 중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13%를 넘어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토건 국가’로 유명한 일본(약 15%)이 유일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8∼13%인데 한국은 약 2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건설 공사로 인한 PM10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장기적인 피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수도권의 모습은 어떠한가? 서울시내 각 구청마다 하나씩 할당된 25개의 ‘뉴 타운 개발 사업’과 8개의 강남북 ‘균형 발전 촉진 지구’가 거의 동시에 착공될 예정이다. 한 동안 서울의 맑고 푸른 하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아기 건강을 위해 서울을 피하는 원정 출산 부부가 생겨날 지도 모른다. 일시적인 황사 현상보다 장기적이고 항상적인 수도권의 미세먼지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환경부가 실시하고 있는 먼지예보제는 그나마 환영할 만한 것이었으나 먼지측정소가 도로와 떨어진 관공서 옥상이나 공원 안에 설치되어 있어 제대로 서울시내 먼지를 측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건설 공사의 전단계에서의 정책적 고려, 경유차 규제의 조기 실시 등 먼지 저감 방안에 대한 실질적 대책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조성오 환경운동연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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