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불우이웃에게 쌀 12톤을 쾌척해 온 60대 농민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충남 서산시 고북면 양천리에서 20만 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이흥섭(64)씨. 이씨는 2000년 1월부터 매달 불우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백미 200㎏씩을 면사무소에 기증하고 있다. 올 3월까지 63개월 동안 내놓은 쌀은 모두 12.6톤으로 20㎏들이 쌀 1포 값이 8만원 선임을 고려하면 5,000만원어치가 넘는다. 특히 이씨의 쌀은 농약을 쓰지 않은 무공해 쌀이다.
이 쌀은 매달 10여 가구, 지금까지 연 630여 가구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혼자 사는 한 70대 노인은 "본인도 머리가 희끗희끗한데 그래도 혼자 사는 늙은이가 불쌍하다고 힘들여 농사 지은 쌀을 나눠주니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마워했다.
이씨의 삶도 어려웠다. 5형제 가운데 둘째로 태어나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까지 하고 군대에 가 있는 도중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 와중에도 몸이 부서져라 일해 어린 동생들을 대학까지 뒷바라지했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조금씩 논밭을 사들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어려울 때에도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남을 도우셨다. 그런 마음씨가 내 피에도 섞여 있는 모양이다"라며 웃었다. 서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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