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 이후 여권 내 파워그룹으로 급부상했던 386그룹이 4·2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급속히 분화하고 있다. 의장 경선에서 송영길 의원을 앞세운 독자적 세력화가 무위로 끝난 데 이어 내부 결속력 상실이라는 후유증까지 겪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386그룹은 ‘송영길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송 의원을 ‘재선·386의 단일후보’로 내세웠지만 지도부에 입성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역량 부족을 드러낸 셈이다. 물론 이들이 30~40대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경험이 됐다"는 임종석 의원의 말처럼 무조건 실패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보기보다 상처가 심각하다. 우선 386 특유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송 의원측이 연대를 모색했던 문희상 의장측 중진의원은 "여느 전당대회와 달리 차세대 주자가 지도부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야 운동권 선배인 장영달 상임중앙위원도 "일부 386이 나보다 더 빨리 보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이 ‘유시민 때리기’에 앞장선 데 대한 역풍이 상당하다. 일부 우호적 견해도 있지만, 네가티브 선거운동의 진원지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짙게 남았다. 이를 의식한 듯 김영춘 의원 등은 유 의원에게 서둘러 화해를 제안했지만, 유 의원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았을 뿐이며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겠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또 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핵심 측근인 문용식 한반도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구 당권파에 투항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재야파와도 소원해졌다.
그 동안 느슨한 형태로나마 단일대오를 유지했던 당내 386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삼삼오오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인영 오영식 의원 등은 재야파의 일원임을 분명히 하며 유 의원측과의 개혁연대를 모색 중이나 ‘유시민 때리기’에 동참했던 국민참여연대의 정청래 김현미 의원 등은 여전히 반대 편에 서 있다. 또 유전개발사업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광재 의원 등 친노직계 386그룹은 문희상 의장 만들기 성공에 이어 당내 실용주의 노선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475세대 모임인 ‘아침이슬’의 한 의원은 "386그룹이 현실정치를 경험하면서 분화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비전과 역량의 축적 없이 서로를 견제하는 데 몰두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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