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도서관을 얼마나 자주 이용할까? 2004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공공도서관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성인이 24.7%에 불과했다. ‘시간이 없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집에서 멀어서’의 순서로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들었다. 학생은 이보다 높지만 자습을 위한 열람실 이용이 많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도서관의 열악한 실태와 문제점, 개선방안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것은 각종 매체에서 수시로 다루어왔으나 변화의 속도는 지극히 느리고 때로는 그 방향마저 제대로 잡지 못하니 차라리 책 속에 등장하는 도서관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보려 한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국어시간에 도서관에 대해 배우고 경성부립도서관 어린이열람실에 간다. 하루 종일 ‘아! 무정’(레 미제라블)을 읽다가 대출이 안 되어 두고 나올 때, "혼을 반 넘게 두고 나오는 것" 같았고 "책을 읽다가 창 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고 술회한다.
독일 어느 도시에 작가와 음악가의 거리를 담당하는 청소부가 있었다. 매일 거리 표지판을 반짝이게 닦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바흐, 베토벤, 슈토름, 바흐만과 같은 이름이 새롭게 다가온다.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장에 가고 전축과 레코드판을 사서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작가를 알기 위해 그가 가는 곳은 문학 강좌도 서점도 아닌 시립도서관이다. 책을 빌리고 어려운 말은 이해될 때까지 되풀이해서 읽다 보니 문득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이제 그는 시립도서관에서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 학자들이 쓴 책을 빌린다. 그는 ‘행복한 청소부’다.
‘나의 산에서’의 주인공 샘은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아보고 싶어 뉴욕주의 캐츠킬 산으로 가출한다. 자연에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그는 각종 지식으로 무장한다. 어디서? 도서관에서! 사서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도서관은 우리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거나 자기계발과 평생교육의 장이 되고 지식과 정보 검색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 시대에 도서관은 존재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편집과정을 거쳐 출판되는 책과 전자자료는 웹 문서에 비해 내용의 정확성 면에서 월등하고 도서관에는 사서가 있다. 의문이 있으면 그들을 귀찮게 만들자.
12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이 ‘도서관 주간’이다. 전국의 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은 당신께 귀한 선물이고 싶습니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아이들 손을 잡고 가까운 동네 도서관을 찾아 소중한 자원을 알려주자. 시민의 관심이 도서관을 키울 수 있다.
책 칼럼니스트
●이 글에서 다룬 책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지음. 웅진닷컴
행복한 청소부/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풀빛
나의 산에서/ 진 C. 조지 지음.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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