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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무회담 이례적 장장 90분 진행/ 양측 입장만 확인‘줄다리기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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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무회담 이례적 장장 90분 진행/ 양측 입장만 확인‘줄다리기 팽팽’

입력
2005.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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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7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다드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예상대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양측의 입장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만 양측 외교수장은 이례적으로 1시간 30분에 걸친 장시간의 대좌를 통해 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공감해 관계복원 환경 조성을 위한 작은 단초를 마련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회담 주제는 역시 독도와 교과서 문제였고, 자연 회담은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시작될 수 밖에 없었다. 반기문 외교 장관은 교과서에서 역사 왜곡의 근본적인 시정과 독도영유권 주장의 삭제를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무성 장관에게 강력 촉구했다. 전날 이태식 외교부 차관이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일 대사에게 밝힌 메시지와 동일한 것이다.

반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싣지 않은 일부 출판사들마저도 독도 기술을 추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강한 어조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독도 기술에 영향력을 행사한 데 이어 모든 교과서들이 독도를 기술할 경우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하지만 일본측은 요지부동이었다. 마치무라 장관은 교과서 기술은 전적으로 출판사의 몫이라고 강변하면서 방어선을 쳤다. 독도와 역사왜곡에 대한 한국측 강공을 유골반환 문제 등에서의 성의로 무마하려는 잔꾀도 동원했다.

회담장 분위기는 전날 제네바 유엔 인권위에서 최혁 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일본측의 군대위안부 기술 누락을 맹비난해 한일간 갈등이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전으로 비화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측은 자신들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회담장 주변에서는 관계 복원을 위한 양측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지난달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 국민 담화 직후 양측 정상들이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싹텄던 관계 복원 움직임이 움트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의 한일 현안을 화재로 비유하자면 누가 불을 끈다고 해서 꺼지는 불이 아니라 전소해야 꺼지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모든 악재들의 단기적 폭발성이 제거되기 까지 시간을 갖고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맥락에서 양측은 5월중 외무장관회담, 상반기 한일 정상회담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데 공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독도왜곡 추가 기술 교과서 문제 새 쟁점/ 독도 뺀 교과서들 "채택 불이익"우려

5일 끝난 일본 교과서 검정에서 독도 관련 기술을 게재하지 않았던 일본 출판사들도 기술을 추가할 움직임을 보여 교과서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전의 새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도 기술을 하지 않은 지리(6개사중 4개사) 및 공민교과서(8개사중 5개사) 출판사들은 검정 결과 발표 이후 채택 때의 이점과 한국·일본 시민단체의 압력을 저울질하며 기술의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출판사들은 우선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도쿄서적과 오사카서적이 독도 관련 기술을 새롭게 게재한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검정 발표 직전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성 장관이 "독도 등을 일본의 영토로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시마네(島根)현에서는 독도 기술 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도 기술을 빼놓을 경우 각급 교육위원회의 채택에서 불이익을 받아 사업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후소샤(扶桑社) 왜곡교과서를 후원하는 산케이(産經) 신문은 7일 제국서원의 지리교과서에도 독도 관련 기술이 포함된 것이 뒤늦게 확인돼 독도를 언급한 지리교과서는 모두 2종이라고 보도하며 추가 기술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출판사들이 독도 기술을 추가할 경우는 ‘자주정정’(自主訂正)의 형식을 빌 것으로 보인다. 자주정정이란 검정이 끝난 도서에 대해 출판사가 오기(誤記) 오식(誤植) 등을 발견하거나 명백하게 잘못된 점이 있다고 판단될 때 문부성에 신청하는 것으로 장관이 승인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한이 따로 없어 자주정정은 언제든지 신청이 가능하다.

문부과학성의 검정 관계자는 "출판사가 독도 기술 누락을 명백한 잘못으로 판단하고 자주정정을 신청할 경우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정에 대한 답변은 할 수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일본의 교과서 관련 전문가들은 나카야마 장관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문부성이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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