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민주당 "교황이 야속해"/ 전통적 텃밭 가톨릭 신자들 교황의 보수적 윤리관 영향 공화당 지지자로 대거 돌아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미국의 정치지형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이터가 6일 보도했다. 미국 민주당은 은근히 교황을 원망도 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은 한때 와스프(WASP)에 눌린 미국 사회의 비주류였다. 인종으로 볼 때도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계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등극할 때만 해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었다. 60년대에는 가톨릭신자 71%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공화당 지지자는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교황 재위기간(1978 ~2005) 지지도는 크게 달라져 2004년 민주·공화당 지지자는 44%와 41%로 거의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그 배경에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보수적 윤리관이 자리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낙태 피임 이혼 안락사 동성혼 등 생명과 가족 윤리에 반하는 이슈에 반대입장을 유지했다. 주교와 추기경도 같은 성향의 인사들을 임명해 보수적 윤리관을 강화시켜 나갔다. 이는 가족 가치가 부활하던 70, 80년대 신자들의 보수화로 연결되면서, 가톨릭 신자들을 종교적 우파 진영으로 몰고 갔다.
칼 질슨 남부감리대학 교수는 많은 신자들이 교황과 교황의 믿음을 추종, 동일한 사회관을 지닌 개신교의 종교 우파와 연대했으며, 이것이 공화당 정권의 기초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0년 대선에서 가톨릭 표는 민주당 50%, 공화당 47%로 민주당이 다소 앞섰으나 지난해 대선에선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51%를 차지했고,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46%를 얻는 데 그쳤다. 케리 후보는 가톨릭 신자였지만 낙태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성직자들의 괴롭힘을 당했고, 레이먼드 버크 주교는 영성체까지 불허했다.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교황은 혼재된 유산일 수 있다"며 "교황이 교권을 중앙집권화하고 보수적 교리를 강화했으며, 재위기간 중 미국에서 신자는 늘었지만 성직자는 감소했다"고 꼬집었다. 존 조그비 여론조사 전문가는 "가톨릭이 더 이상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란 점은 민주당이 영원한 소수파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경고음"이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 필리핀 "콘돔 사용 호소 안먹혀"/ 교황 정책 따라 피임 죄악시 가톨릭계, 산아제한 강력 반대
콘돔사용 여부를 놓고 필리핀 정부와 가톨릭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인구증가에 따른 빈민층의 증가를 막기 위해 강력한 산아억제 캠페인을 펼치려 하지만, 인구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로 아시아 최대인 가톨릭계는 신성한 생명탄생을 막을 수 없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정책에 따라 피임을 죄악시하고 있어 정부를 더욱 당혹케 하고 있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줄기차게 피임을 권장해 왔다. 폭발적인 인구증가 때문에 인구의 40%가 빈민층으로 전락, 이들을 위한 보건 교육 주택 등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부터는 경제개발을 위해 빌려온 해외 차관도 제대로 갚지 못해 국민들에게 콘돔 사용을 호소하고 있다.
10대들의 임신까지 늘어나 지난해 인구가 8,400만 명을 기록하자 본격적으로 산아억제 정책에 들어갔다. 인구증가율은 아시아 최고 수준인 2.36%로, 2015년에는 1억 1,1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어서 더 이상 가톨릭계의 눈치를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가톨릭계는 여전히 완고하다. 고용환경을 개선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정부를 윽박지르고 있다.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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