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산불 등 재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관련주가가 반짝 올랐다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6일 강원도 산불 영향으로 상한가까지 올랐던 스타코넷은 7일 9%대 급락, ‘소방주’ 열기는 겨우 하루 만에 식어버렸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 연이어 발생한 강진 소식에 케이알과 유니슨 등 이른바 ‘내진 관련주’가 급등락한 사례가 있다.
황사 관련주도 황사 주의보와 함께 올랐다 내리고, 수산주는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뉴스가 나올 때마다 급등한다. 그러나 뉴스에 따라 급등락하는 이런 테마주들은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므로 그만큼 위험도 높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단기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의 영향을 꼽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 차트를 분·초단위로 보면서 투자하는 초단기 투자자들은 테마를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여긴다"면서 "오로지 차트만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이 매우 크지만 일부는 나름대로 기술적 분석을 통해 고수익을 얻는 데이트레이더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온라인 매체의 기사도 테마주 급등에 한몫 한다. 개장 직후 그날의 이슈와 관련된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 온라인 매체에서 ‘○○ 관련주 상승’이라는 기사를 쓰고, 이런 기사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뜨면 투자자들이 더 몰려와 실제 해당종목의 주가를 밀어올리는 식이다.
뉴스에 움직이는 테마주라고 해서 다 수명이 짧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은 이들 테마주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2003년 말부터 생겨난 수산주 테마는 조류독감과 광우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뉴스만 나오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양수산 등 일부 종목은 지난해 연간 상승률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연말 동남아시아 지진해일로 이상급등한 내진 관련주 케이알의 경우, 올해 주가가 1,000원에서 2,000원까지 오가며 뉴스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지난해 말(700~800원대)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줄기세포’ 테마 대표주인 산성피앤씨도 애초 6,000원대였던 주가가 올 들어 5만원까지 올랐다가 폭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을 겪었지만 지금도 테마시작 전 가격의 5배 수준인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테마주 중에도 ‘신선한 것’은 좀더 수명이 오래 가는 편"이라며 "매년 나오는 황사, 산불, 여름테마주 등은 약발이 며칠 못 가지만 조류독감이나 줄기세포 등은 시장에서 꽤 신선하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의외로 강세가 오래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높은 수익을 올리는 데이트레이더들은 소수인 반면, 이들을 추종 매매하다가 꼭지에서 던지는 물량을 받아주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는 평범한 투자자들은 다수라는 점이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일부 테마주의 경우 주가가 많이 오르면 ‘사둘 걸’하는 후회가 들 수도 있지만 테마주들은 오른 만큼 떨어질 위험도 있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석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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