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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힐 대사의‘마지막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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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힐 대사의‘마지막 외교’

입력
2005.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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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을 휘날리며 오토바이를 타던 청년 시절에는 할리 데이비슨 한 번 몰아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7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창립 6주년 기념식에 뜻밖의 귀빈이 나타났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영전하는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가 참석한 것이다. 전날 이임식을 한 터라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그는 할리데이비슨 한국지부 회원을 비롯한 여성 오토바이 동호인과 격의 없는 시간을 보냈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힐 대사에게 행사 참석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승낙해 성사된 것"이라며 "솔직히 우리도 놀랐다"고 밝혔다.

힐 대사는 지난해 10월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의 대형 승용차 ‘300C’ 신차발표회를 서울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열 수 있도록 배려한 적도 있다. 미 대사관저는 평소에도 보안이 강조되는 곳인데다 당시 테러위협으로 주요 미국 관련 시설에 보안 경계령까지 내려져 있었다.

웨인 첨리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이 한 모임에서 신차 발표회가 있다며 힐 대사에게 참석을 권유하자 즉석에서 "그럴게 아니라 대사관저를 쓰라"고 했다는 게 행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렇게 해서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신차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고 1억원 가까운 행사비도 아낄 수 있었다.

크라이슬러와 할리데이비슨은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힐 대사의 외교관 성적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 홍보맨으로의 성적은 ‘A+’를 줄 만하다. 글로벌 경영이 확대되고 해외 현지 경영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때 ‘한국의 크리스토퍼 힐’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박일근 산업부기자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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