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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번째 추기경은 언제쯤?

입력
2005.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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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83) 추기경의 뒤를 이을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은 언제쯤 나올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을 계기로 두 번째 추기경 탄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추기경은 이미 80세를 넘어 교황 선출권이 없는데, 서구의 가톨릭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450만 명의 신자를 확보하며 큰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가톨릭 교세를 고려해본다면 두 번째 추기경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은 1968년에 브라질의 드 아라우요 살레스(85) 추기경, 네덜란드의 빌레브란드(96) 추기경과 함께 서품돼 공동 서열 1위이다. 가톨릭 신자가 100만 명에 불과한데도 2명의 추기경이 있는 일본과 비교해 볼 때도 한국에 추기경이 한 명 정도 더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도 있다.

가톨릭 전통에서 추기경 임명은 전적으로 교황의 권한이다. 선교 목적이나, 바티칸의 정책, 각국의 영향력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루어지겠지만 교황청은 공식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2003년 사회주의 국가이고 신자 수도 적은 베트남에서 추기경이 배출된 것은 종교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일본에 2명의 추기경을 둔 것은 국가 경제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김종수 신부는 "‘성령은 바람부는 대로 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기경 임명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우며, 관행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선 차기 교황에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두 번째 추기경 탄생 가능성이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다. 교황선출에 관한 교황령은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수가 120명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추기경은 183명이나, 교황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은 117명이다. 여기에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했으나 공개하지 않은 ‘가슴에 묻어둔 추기경’이 1명 더 있다. 가톨릭에서는 이 추기경이 중국에 있을 것이며, 정치적인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80세 미만으로 교황 선출권이 있는 추기경은 모두 118명이며, 차기 교황이 당장 임명할 수 있는 추기경은 2명에 불과하다.

또 지난 몇 차례의 추기경 임명 사례를 보면 2003년 10월 24명이 임명된 것을 비롯해 적게는 10명 미만에서 많게는 30여명에 이르기까지 무더기로 임명해왔다. 따라서 교황청과 각국의 추기경들이 타계하거나 80세를 넘겨 은퇴해 추기경 정원에서 20명 내외의 공석이 생길 때까지는 새 추기경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다만 차기 교황이 나이가 많을 경우 자신의 궐위에 대비해 추가로 2명을 임명해 추기경 정원을 채우려 할 수도 있다. 가톨릭은 재임기간이 1958년부터 63년까지 5년에 불과했던 요한 23세처럼 경우에 따라 과도기적 교황을 선출하기도 한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두 번째 추기경의 탄생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수년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가톨릭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서울 춘천 부산 광주 대구 등 주요 교구를 맡고 있는 주교들이 수년 내로 은퇴할 나이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역 주교 20명 가운데 두 번째 추기경은 누가 될 것인가. 가톨릭 관계자들은 역시 서울대교구장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대교구와 나가사키교구가 교대로 추기경을 배출했지만, 한국은 서울대교구에 비견될 만한 교구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2년 뒤 은퇴할 정진석 대주교에 이어 누가 서울교구장으로 오느냐가 두 번째 추기경 탄생의 관건이 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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