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 명 이상이 죽고 200만 명 이상이 난민으로 전락하면서 지구촌 최대의 인종학살로 불리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 사태의 전범 용의자가 국제형사재판소(ICC)로 넘겨졌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5일 다르푸르에서 살인 강간 등을 저지른 전범 용의자 51명의 이름과 관련 자료를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다르푸르 전범 재판은 2002년 7월 공식 활동을 시작한 ICC가 관장하는 첫 재판이란 의미도 갖고 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29일 다르푸르 지역에서 평화안정을 해치는 사람들에 대해 자산 동결, 여행금지 등을 규정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4일에는 평화유지군 1만 명의 다르푸르 파견을 승인했다.
영국과 이집트의 지배 아래 있던 수단은 1956년 독립 이후 인구의 75%를 이루는 이슬람계 유목민들과 자치독립을 주장하며 가톨릭과 토착 신앙을 믿는 소수 흑인계 사이의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다르푸르를 비롯한 수단 남부에서 수단 정부를 등에 업은 아랍계 민병대 ‘잔 자위드’와 흑인계 ‘수단인민해방군’ 사이의 전투는 가장 치열했다.
사실 다르푸르의 전범재판이 ICC로 가기까지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의 반대 때문에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국은 수단에서 들여오는 원유 수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했고, 수단에 무기와 항공기를 팔아 온 러시아 역시 수단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ICC의 발족 자체를 극력 반대했던 미국은 다르푸르 사태가 ICC로 옮겨갈 경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회부될 수 있는 선례가 되는 것을 걱정했다. 미국은 지난 달 중순까지도 다르푸르 사태를 ICC에 회부하는 대신 수단 인근 탄자니아에 특별 전범 재판소를 설치해 처리하자고 주장하다 여론의 뭇매를 받고 마지못해 ICC 회부를 승인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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