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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봄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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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봄날의 꿈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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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오패(春秋五覇)라고 하면 춘추시대에 가장 강성했던 다섯 임금을 말한다. 그런데 다섯을 꼽을 때 역사가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진(晉)나라 문공(文公)은 반드시 포함된다. 우리에게는 진 문공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환공보다는 문공의 패업이 중국사에서는 더욱 의미가 크다. 환공의 패업은 그 영향력이 당대에 그치고 만 셈인 반면 진 문공은 누대에 걸친 패업의 기초를 다졌기 때문이다.

진 문공은 아주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따라서 일화도 아주 많다. 개자추라는 사람은 문공의 망명 시절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먹여 줄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문공은 임금이 되자 그를 잊어버리고 상을 주지 않았다. 이에 개자추는 세상을 버리고 어머니와 함께 산속에 숨었다. 뒤늦게 깨달은 문공이 그를 불러도 나오지 않자, 부득이 산에 불을 놓아 내려 오도록 했다. 그러나 끝내 내려오지 않고 타 죽었다. 그 후 문공은 이 날만큼은 그를 생각해서 불에 익힌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 이것이 한식(올해는 4월 5일)의 유래라고 한다.

문공은 19년 망명 생활 끝에 즉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당연히 그의 즉위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초나라의 성왕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문공이 즉위한 후, 두 나라가 중원의 패권을 두고 일전을 벌이게 되었다. 배은망덕한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찜찜하던 문공은 꿈을 꾸게 된다. 성왕과 싸웠는데 그가 자신을 넘어뜨리고 올라타 뇌수를 마시는 내용이었다. 분명 흉몽이라 패전할 것으로 걱정했다.

그러나 참모인 자범은 이렇게 말했다. "길몽입니다. 임금께서 하늘을 향하고 있었으니 우리는 하늘을 얻은 격입니다. 초왕은 땅을 보고 하늘을 등졌으니 죄를 받는 형상입니다. 게다가 뇌수는 부드러운 것인데 초왕이 그것을 마셨기 때문에 우리에게 순종하게 된다는 뜻입니다"라고 풀이했다. 세상에 이런 ‘꿈보다 해몽’은 없겠지만 이에 용기를 얻은 문공은 마침내 대승을 거둔다.

봄이라 몸이 나른하고 그래서인지 꿈도 많아졌다. 옛 사람들은 마음이 맑으면 잠자리가 편하다(心淸則夢自安)고 했건만 어쩔 수 없는 속인인 필자는 늘 분분한 꿈에 시달리곤 한다. 제일 바라는 것이 꿈 없는 잠자리라면 너무 삭막할까? 아니 더 좋은 것은 좋은 꿈만 꾸는 것이겠고, 그렇지 않다면 자범처럼 용기를 주는 해몽가라도 만나고 싶다. 봄이라 생각나는 이야기이다.

박성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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