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이브레이터’를 이렇게 오래 극장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만난 남녀가 트럭 여행에 동행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는 일본영화 ‘바이브레이터’는 지난 달 3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단관 개봉해, 23일까지 1차 상영을 마치고 이 달 1일까지 연장 상영됐다. 현재 시네마오즈에서 앵콜 상영 중이며, 8일 이후에는 부산 시네마테크를 시작으로 지방 시네마테크를 돌며 장기 상영할 예정이다.
최근 목요개봉, 수요개봉까지 유행처럼 번져 작은 영화의 경우 2, 3일 개봉 후 극장에서 내리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에서 작지만 좋은 영화가 살아 남는 대안으로 장기상영이 떠오르고 있다.
‘바이브레이터’를 한 달 넘게 상영한 데 대해 수입사인 스폰지의 관계자는 "관객이 적다고 금방 극장에서 내리기에는 너무 괜찮은 영화였다. 멀티플렉스 위주의 극장가에서 이런 영화가 끼어 들 틈이 없는 게 사실이지만, 의미 있는 영화를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대안으로 장기상영을 추진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바이브레이터’의 경우 ‘일본영화제’를 주관하는 메가박스 측의 배려로 상영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또한 긴 상영기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2,000명이 조금 넘는 정도라 결과 역시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크다.
장기상영을 택해 가장 성공한 예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0월 5개 스크린에서 개봉 후 시네코아, 하이퍼텍 나다,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을 돌며 2월 중순까지 상영돼 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는 기록을 남겼다. 최근 ‘마더데레사’나 ‘베니티 페어’ 등, 소수지만 지속적인 관객이 있는 영화도 장기상영을 택했다.
좀 경우가 다르지만 영화 ‘그때 그사람들’도 대안적 방안으로 장기상영 중이다.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간 중앙시네마에서 장기 상영 중이며 일단 14일까지 1차 상영 후 대관을 한 달 더 연장해 상영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삭제된 3분50초 분량을 온전히 복원해 극장에 올릴 때까지 상영을 계속할 예정이라 시위의 의미가 짙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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