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 일본 5%, 미국 1%, 그리고 한국 29%. 자국 내에서 발행되는 출판물 중 번역서의 비중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번역서 발행비율이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이 최근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를 통해 발표한 ‘(국내) 번역출판의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납본된 신간 도서 3만5,394종 가운데 번역서는 1만88종으로 28.5%를 차지했다.
초판 발행부수 비중으로는 32%, 번역서의 의미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학습참고서 분야를 빼면 29.7%에 이른다. 분야별로 번역서 의존율은 철학, 만화, 아동이 40% 안팎에 달하고 이어 종교, 문학, 순수과학 등이 30% 전후다.
이 같은 수치는 "선진문물과 지식문화를 빨리 들여와 소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도 지나치다. 직접 원인은 기획력이 부족한 출판계가 시장성이 검증된 외서 번역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이지만, 결국 국내의 학술적, 문화적 경쟁력이 낮다는 의미다. 실제로 ‘다빈치 코드’ ‘연금술사’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등 최근 1년 사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은 모두 번역서다.
이에 따라 국내 출판계는 해외 저작권 수입 주요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고, 제 살 깎기 식 저작권료 과당 경쟁과 중복출판, 질 낮은 번역 등 숱한 문제들이 양산되고 있다.
국내 번역 원서의 국가별 비율은 일본이 42.2%, 미국이 26.6%로 번역서 전체의 68.8%를 차지한다. 이어 영국(8.5%) 프랑스(6.5%) 독일(6.2%) 순으로 이들 5개국의 점유율이 90%다.
특히 일본 책의 번역 종수는 90년 774종이던 것이 96년 1,496종, 98년 2,852종으로 급격히 늘었다. 2000년부터 따지면 5,000종 안팎으로 국내 단행본 출판시장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만화를 제외하면 주요 단행본의 최대 원산국은 미국이다. 총류, 종교, 사회과학, 순수과학, 기술과학 분야는 번역서의 절반이 미국 책이다.
백 연구원은 "세계 10대 출판대국이라는 국내 출판계의 위상은 수입 콘텐츠로 유지되는 측면이 강한 만큼, 이제 우리 출판계도 글로벌한 콘텐츠와 기획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책도 당부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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