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마스터’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접하는 셀애니메이션(배경은 그대로 두고 수작업으로 등장인물의 움직임만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컴퓨터 그래픽 발달에 힘입은 3D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 반갑다. 너무나 사실적인 캐릭터에 화려한 색감의 3D애니메이션이 조금은 메마르게 느껴지는데 비해, 다소 거친 화면이지만 사람의 숨결이 그대로 담겨있는 ‘타임 마스터’는 묘한 추억과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1982년 만들어졌으면서도 지금의 상상력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이야기 구조와 우주 생물체의 등장도 매력적이다.
영화는 아버지와 함께 미지의 행성을 탐험하다 사고로 우주 고아가 된 삐엘을 자파 일행이 구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욕에 사로잡힌 악당 마통 왕자가 등장해 전형적인 모험 영화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78분의 짧은 상영시간 안에는 현대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많은 풍자가 숨겨져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으며 괴로워하는 우주생물체 슈류를 등장시켜 물질적 가치에 목을 매는 인간의 욕망을 비판하기도 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한 채 "차이가 화합을 파괴한다"고 외치는 행성 ‘감마 10’의 꼭두각시들을 통해 파시즘의 악몽과 대중사회의 위험성을 고발한다.
‘시간의 지배자’라는 제목의 의미에 걸맞게 공간여행이 결국 상식을 뒤집는 시간여행이 될 수 있다는 전제는 SF의 고전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마지막 반전은 앞 장면을 두고두고 복기하도록 하는 힘을 발휘한다.
73년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판타스틱 플래닛’의 르네 랄루가 감독했다.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제5원소’의 컨셉 디자이너로 활동한 뫼비우스가 원본 스케치를 제공하고 디자인을 총괄했다. 조금은 난해하고 문명 비판적 메시지를 다분히 담고 있지만 판타페스티벌 최우수어린이영화상을 수상했다. 15일 개봉. 전체.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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