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직장여성 K씨(40).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보고 깜짝 놀랐다. ‘총콜레스테롤 235㎎/㎗, 중성지방 310㎎/㎗, HDL 콜레스테롤은 45㎎/㎗ ‘. 고지혈증이라고 진단받은 것이다. 170cm, 44kg으로 저체중에 속하는 데다가 평소 육류를 좋아하지 않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것이라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의사로부터 중년여성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이 더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를 시작했다.
#2 = 꾸준한 운동과 고른 영양섭취를 생활화하고 있는 L씨(42).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체질인 그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위험경고를 받았다. 검진의사로부터 선천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가족형 고지혈증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어머니도 검진받아보니, 이미 관상동맥질환이 심각한 상태였다.
표준 체중에 못 미치더라도, 또 육류를 기피하더라도 고지혈증이 올 수 있다. 전문의들은 상대적으로 자각하기 힘든 마른 고지혈증 징후를 보이는 이들은 관리 및 치료가 늦어져 응급상황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비만이든 아니던 콜레스테롤로 야기되는 위험성은 똑같다. 마른 체형인 사람들의 고지혈증은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이며, 드물게는 유전성인 경우도 있다.
◆ 혈액 속 콜레스테롤 정체?
혈액 속에는 크게 두 종류의 지방이 있다. 총 콜레스테롤(HDL과 LDL)과 중성지방(트리글리세리드)이다. 혈관 내벽에 기름 때를 축적시키는 주범은 고밀도 지단백인 LDL과 중성지방. 이들은 인체의 각종 장기와 조직에 수송하고 남은 콜레스테롤을 혈관 벽 즉 세포내에 축적시킨다. 반면 고밀도 지단백인 HDL은 혈관내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따라서 LDL과 중성지방은 낮을수록, HDL은 높을수록 좋다. LDL은 130㎎/㎗미만, HDL은 40㎎/㎗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LDL이 220㎎/㎗이상, HDL이 35㎎/㎗이하면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을 넘으면 고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은 250㎎/㎗를 넘으면 고중성지방혈증으로 진단된다. 콜레스테롤이 300인 사람은 200인 경우보다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4배 이상 높아진다. 이러한 고지혈증의 원인은 과다한 콜레스테롤 섭취와 운동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표준 체중에 미달하더라도 고지혈증 판정을 받았다면 잘못된 식습관, 유전, 신부전증이나 당뇨에 의한 2차성 증상일 수 있다.
◆ 탄수화물 편식이 중성지방 수치 높인다
마른 체격인데도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혹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본다. 탄수화물 섭취가 과다하면 중성 지방이 많아진다.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수치를 올리고, 남아도는 당을 재빨리 중성지방으로 전환시킨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당을 에너지로 전환시키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이런 음식을 계속 먹으면 탄수화물당에 대한 인슐린 불감증이 생겨 인체 대사가 지방을 저장하는 쪽으로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특히 중성지방은 LDL보다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기 때문에 혈액 속에 오래 머물러, 혈액 속 지방성분이 지나치게 많은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를 유발하게 된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나쁜 식품은 단당류로 전환이 빠른 삼백식품, 즉 흰 쌀밥, 제분된 밀가루, 정제된 설탕이다.
◆ 근육량 적고 마른 경우도 고지혈증 위험군
키에 비례해 몸무게는 정상이거나 미달이지만 근육량이 적을 때 체지방량이 과도해질 수 있다. 이렇듯 체내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불균형할 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체지방은 필요하다. 정상인 체중에서 지방 비율은 남성 10~18%, 여성 20~25%. 지방비율이 남성 25%, 여성 30%를 넘게 되면 치료가 필요하다.
운동 부족과 불규칙한 식생활을 하는 직장인, 무분별한 다이어트를 여러 차례 시도해온 젊은 여성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전체적으로 빈약한 몸이지만 아랫배가 불록 튀어나오고 근육량이 적어 살이 단단하지 않다. 특히 마른 비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이 칼로리만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할 경우 기초대사량이 저하돼 콜레스테롤이 더 쉽게 축적될 수 있다.
◆ 가족성 고지혈증과 이차성 증상
500명 중 1명은 가족성(유전성)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의 합병증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콜레스테롤을 다스릴 수 없고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 콜레스테롤 수치 높으면 왜 위험한가
콜레스테롤은 인체 기능을 유지하는 필수 지방질의 하나로 부신피질호르몬,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등 여러 호르몬, 비타민 D, 담즙산 등을 만드는 원료이다. 또 콜레스테롤은 세포를 생성하기 위한 필수 성분.
그러나 지나치면 치명적이다.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지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동맥경화증 등 생명위협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단 동맥경화가 생기면 심장이나 뇌로 들어가는 혈액 양이 줄고, 심한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진행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체형에 상관없이 총 콜레스테롤이 300인 사람은 200인 사람보다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으로 죽을 확률이 4배 이상 높다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고지혈증은 자각 증상이 없어 대다수가 동맥경화증이나 합병증이 생긴 후에야 의사를 찾는다.
◆ 콜레스테롤 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심장 폐 혈액연구원(The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기준에 따르면, 고지혈증의 일차 치료는 운동요법, 식이요법 및 체중 조절 등 생활 습관의 개선이다. 운동요법은 하루 30분 이상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사망률을 감소시킨다. 또 근육량이 늘면 에너지 소모량이 늘면서 혈액 속을 표류하는 지방질이 감소하게 된다.
식이요법으로는 야채,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물,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올리브유나 카놀라유, 등푸른 생선 등을 고루 섭취하는 식단을 짜야 한다. 동물의 내장, 간, 알 등 동물성 콜레스테롤이 과량 함유된 음식은 피한다. 육류 중에도 붉은 색이 많이 나는 쇠고기, 돼지고기는 피하고 닭이나 오리고기처럼 하얀 색이 나는 고기가 좋다. 또 튀긴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도움말>
■ 콜레스테롤 수치 250㎎/dl 넘으면 약물치료 시작해야
콜레스테롤 수치가 이미 심각하게 높은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만으로는 콜레스테롤을 적절히 조절할 수 없다. 실제로 콜레스테롤의 약 70%는 우리 몸에서 간과 내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고 약 30%만 음식물 섭취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대개 마른 체형의 소유자들은 비만한 경우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힘들기 때문에 수치의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특히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환자이거나, 고혈압, 흡연, 비만, 심혈관 질환 가족력 등 위험요소가 여러 개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약물 복용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상치를 웃도는 혈압을 관리하기 위해 혈압강하제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로 여기면 된다.
최근에는 콜레스테롤 저하제로는 스타틴계 약물이 각광받고있다. 스타틴계 약물은 콜레스테롤 저하 효능이 탁월하고 순환기계 질환의 예방 효과까지 입증되면서 고지혈증 치료제의 대세로 급부상되고 있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에 처방되는 스타틴계 약물은 리피토(화이자), 조코(MSD), 메바로친(BMS)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틴계 약물들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효과적으로 떨어뜨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42~64%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료보험에서는 총 콜레스테롤 250㎎/dl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인정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또 협심증이 있거나 관상동맥경화증이 있는 경우 220㎎/dl이상이면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치료를 시작한다.
■ 이런 분들 검사 꼭 해보세요
콜레스테롤은 20세가 넘으면 5년에 한 번 정도는 측정하는 것이 좋으며, 아래 경우는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더라도 고지혈증 검사가 꼭 필요하다.
● 45세 이상 남성, 55세 이상 여성
● 흡연자
● 음주자
● 고혈압
● 당뇨병
●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 조기 폐경 후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 하지 않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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