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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서바이벌 투자/ '쉼의 가치' 알아야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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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서바이벌 투자/ '쉼의 가치' 알아야 고수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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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흡연금지 과속금지 등 늘 금지 표지판들을 보며 산다. 행동을 제약당하니 성가시긴 하지만, 대개 이런 금지는 타인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유익하다. 그런데 어떤 ‘금지’는 타인에겐 생명수가, 나에겐 사약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고스톱의 연사(連死)금지다. 아무리 패가 나빠도 연거푸 두 번은 못 쉬게 하니, 떠밀려 들어가는 순간 나는 꼼짝없이 맹수 앞의 먹이 신세다.

조커 등의 돌발변수가 많아진 근래의 고스톱에선 실제로 그 한 판에 올인이 되기까지 한다. 따라서 연사는 만일 맘대로 할 수만 있다면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 가치가 무한한 것이다. 따라서 연사를 금하는 건 여느 규제처럼 ‘어떤 행동은 해로우니 하지 말아라’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어떤 것이 너무 좋으니 혼자 갖지 말고 서로 나누어 갖자’는 얘기다. 그리고 여기서 그 좋은 것은 바로 휴식, 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주식은 최소한 두 가지 이유로 고스톱보다 유리하다. 첫째, 고스톱은 셋이 치니 이길 확률이 3분의 1밖에 안 되는데 비해, 주식은 오르기 아니면 내리기여서 확률이 2분의 1은 된다. 둘째, 주식은 연사금지가 없어 아무리 쉬어도 다시 들어오라고 강제하는 법이 없다. 다시 말해, 주식은 마치 좋은 패만 골라서 치는 2인 고스톱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론상 우리는 당연히 주식에서 더 많은 재미를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아쉽게도 정반대다. 고스톱 쳐서 돈 땄다는 사람은 셋에 하나 있을지언정, 주식 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좋은 패만 골라 치게 해 놓았어도 이 주식에서조차 올인을 당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 마음 속에 있다. 조급한 내 마음이 스스로 연사금지 조항을 만들어 1년 365일 주식에 발목을 묶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고스톱 판에서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열고(熱Go) 하는 사람처럼, 스스로 폭탄 맞기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만이 투자가 아니다. 현금을 쥐고 휴식에 투자하는 것도 투자다. 더 나은 주식투자를 위해 한 발치 뒤에서 보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투자다. 인생은 길다. 주식시장은 더 길다. 얼마든지 기회가 있는 만큼 쉬엄쉬엄 쉬어 가면서 하자.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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