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과 고성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엄청난 피해를 낸 채 이틀 만에 진화됐다. 주민과 산림피해도 피해려니와 소중한 문화재인 ‘낙산사 동종’이 소실되는 등 낙산사 건물 대부분이 불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동해안뿐이 아니다. 청명이자 한식인 5일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23건으로 모두 450ha(130여 만평)의 아까운 삼림이 사라졌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산불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재난 당국이 한심스럽다.
이번 양양 산불의 경우 초속 20m가 넘는 강풍으로 불이 삽시간에 확산됐다지만 소방 당국의 초기 대응체제의 문제점은 짚어볼 여지가 있다. 초동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오판하고 소방헬기를 고성으로 이동한 것이나, 산불이 다시 확산된 후에야 총동원 체제가 가동됐다는 점은 당국의 대처능력을 의심케 한다.
소방장비와 전문인력 부족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42대지만 이번처럼 강풍이 불 때 진화할 수 있는 초대형 헬기는 2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허둥지둥할 게 아니라 국가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산불예방 홍보와 소방장비 현대화, 방화림 조성은 물론 국가적 재난에 대한 방재체계 구축을 서둘려야 한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산불이 이어지는 동해안 지역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대거 투입해 산불 감시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10여년 동안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사라진 삼림이 여의도 면적의 95배에 이른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백두대간은 지금 심한 화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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