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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親삼성·反정부' 色빼기/ 삼성출신·좌승희원장 퇴진r關료출신 등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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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親삼성·反정부' 色빼기/ 삼성출신·좌승희원장 퇴진r關료출신 등 임명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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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과 전무에 모두 관료 출신이 임명되면서 전경련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6일 전경련에 따르면 하동만 전 특허청장이 전무로 내정되고, 이규황 전무가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IMI) 원장으로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하 전 청장은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심의관을 거쳐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을 지낸 뒤 지난해까지 특허청장으로 재직했다.

최근 현명관 전 상근부회장 후임에 조건호 전 과학기술부 차관이 임명되면서, 전경련 실무 총책들이 모두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 것. 관료 출신이 상근부회장과 전무를 동시에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1997년부터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맡아온 좌승희 원장 후임으로는 노성태 명지대 경영대학장이 내정됐다. 노 학장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한화 경제연구원장 등을 거쳐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겸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전경련의 최근 인사의 특징은 특정그룹의 색깔 빼기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의 색채를 없애기 위해 삼성물산 회장 출신의 현명관 전 부회장과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출신인 이규황 전무가 물러났다. LG와 현대차 등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삼성의 체취를 지우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무는 원래 건설교통부 토지국장 출신이지만,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이후로 범 삼성맨으로 분류돼 왔다.

또 하나는 반 정부 색깔을 없앤 것. 좌승희 원장은 그 동안 재계에서 가장 농도가 짙은 자유주의자, 친기업주의자로 통해 왔다. ‘평등주의의 덫’,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면서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데 선봉에 서왔다.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들의 대안으로 채워진 색깔이 무색무취에 가깝기 때문. 관료 출신들은 아무래도 재계의 이해를 앞장서 설파하는 역할을 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아는 처지의 관료 시절 동료들을 대놓고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인선으로 재계의 특정 그룹에 편중됐다는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겠지만 대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도 힘들게 됐다. 전경련이 ‘전국경제인공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신호 회장으로서는 정부와의 대립 일변도 관계에서 벗어나 한국 경제 발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경련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계속 시달릴 전망이다. 더욱이 삼성, LG 등 대기업간의 글로벌한 경쟁이 격화하고 이해를 달리하는 상황에서 재계 화합을 도모하는 것도 선언에 그칠 공산이 크다. ‘5년 후 전경련이 어떤 모습일 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세간의 비판도 이 때문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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