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불과 5개월전인 지난해 10월 노 대통령이 업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열명 중에 세 명도 안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열명 중에 네 명 수준으로 오르더니, 최근 조사에서는 거의 국민 절반이 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대통령 탄핵 사태의 반사이익으로 나타난 국민 과반수 지지도 곧 회복할 것이다.
지지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변화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하나의 분수령과 같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깜짝쇼와 같은 이미지 정치라는 일부 비난도 있었지만 보수신문을 포함한 모든 언론과 국민 대다수는 하나가 되어 이국 땅에 파견된 장병을 격려하는 대통령을 크게 환대했다. 갈등 봉합과 국민 일치를 이루는 화합의 이슈를 선택한 대통령은 덕분에 일시에 약 10%의 여론을 지지 쪽으로 끌어 당겼다.
올해 들어 노 대통령은 눈에 띄게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민생 이슈에 치중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도는 탄력을 받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독도 문제로 분노하는 여론에 대통령은 적절히 대처했다.
독도 문제를 둘러싼 언론 보도는 상당부분 선정과 과장, 왜곡의 문제가 있고, 국민의 감정적 분노 또한 현실적으로 이렇다 할 결말로 이어지기 어렵다. 때문에 격한 국민감정에 부응한 대통령의 대일 강경노선 천명은 신중치 못한 처사였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외교적 갈등 국면에서 국민 정서를 적절히 요약해서 상징 언어로 대변해 주는 일은 대통령의 리더십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생각에 약 90%의 여론이 공감했고, 덕분에 대통령 지지도는 또 한차례 올랐다.
모처럼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지지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 임기 중반에 지지도가 크게 반등하고 있고 대통령이 상징적인 국민통합의 이슈에 치중하고 있는 점이 청와대의 지지도 관리 노력의 흔적이다.
현대 여론 정치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여론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미국 백악관은 평소에 대통령 인기도를 저축하듯이 쌓아두었다가 인기는 없지만 꼭 필요한 정책을 실현하고자 할 때 인기도 하락을 감수하는 리더십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비인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축적한 지지도 가운데 얼마를 희생해야 하는지까지 계산한다.
노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수도 이전과 같은 중요 이슈를 무난히 해결되지 못한 데는 일정부분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할 일이 남아 있는 노 대통령이 중요한 정치적 자산인 여론의 지지를 관리하는 일은 당연하다.
대통령의 지지도 관리는 언론 관리를 동반한다. 대통령과 여론 사이에 거의 항상 언론이 중재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는 대체로 대통령의 지지도에 그대로 투영된다. 한때 보수 언론과 대립관계를 유지했던 대통령은 지지도의 열세를 면하기 어려웠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은 파병장병 격려와 독도 문제와 같은 반대하기 어려운 화합적 이슈를 대통령이 언론에 앞서 선점한 데서 비롯됐다. 여기에 지지도가 낮은 대통령은 공격 저널리즘의 손쉬운 목표가 되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을 언론이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는 여론 효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상승세를 탈 것이다. 문제는 역시 손에 잡히는 실용적 민생 이슈의 태부족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언제 출렁거릴지 알 수 없다. 때문에 대통령과 언론의 여론 사로잡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경쟁의 승부처는 역시 민생 문제일 것이고, 또한 그래야만 국민의 승리로 귀결된다.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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