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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학계 교황평가 격론/ 보수적 교리·교회정책에 비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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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학계 교황평가 격론/ 보수적 교리·교회정책에 비판 집중

입력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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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평가를 놓고 유럽의 석학과 언론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온몸으로 평화와 화해를 추구한 세계사적 위인의 ‘부정적 측면’을 냉철히 비판하는 포문을 연 것은 신학과 교회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인 한스 큉 독일 튀빙겐대 교수(신부)였다. 그는 3일자 스위스 주간지 ‘일요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서슴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지금 교회에는 희망과 신뢰의 위기가 팽만해 있다. 폴란드인 교황의 교회 내 정책은 끔찍한 것이었다. 그는 그저 그런, 심지어 무능한 주교를 많이 임명했다. 많은 나라에서는 교구의 절반 정도가 신부가 아예 없다. 자질 있는 사제 지원자도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큉 교수는 특히 바오로 2세가 사제의 독신 의무를 고수하고 피임기구 사용을 일체 용납치 않는가 하면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용치 않고 평신도 신학자가 설교하는 것을 금하는 등등의 정책을 밀어붙인 데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단언했다.

이 기고는 필자의 무게 때문에 AFP, AP, dpa 통신에 보도된 이후 여러 기고와 토론회, 특집 등에서 교황의 ‘드러내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다.

특히 독일 NDR TV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인 언론인 자비네 크리스티안센은 교계의 석학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교황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사실상 외면하고 태생적 불평등을 강조했다"며 "피임기구를 쓰지 말라는 교황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다면 지금 세계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야유했다.

여성 문제는 특히 바오로 2세의 약점으로 꼽힌다.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신부인 오이겐 드레버만 파더보른 대학 교수는 "바오로 2세는 성 윤리 문제에서는 1950년대의 전근대적 수준이었으며 교회 안에서 그런 문제에 대한 토론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탁월한 철학자인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 철학과 지아니 바티모(유럽의회 의원) 교수는 "이 교황을 (가톨릭의 적폐를 타파한) 혁신적인 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년)가 이룩한 위대한 성과를 몽땅 수포로 돌렸거나 그러려고 시도한 교황으로서 거부해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까지 진지하게 거론했다.

이런 심각한 문제 제기는 주로 바오로 2세의 철저한 로마(교황) 중심주의 때문이었다. 그는 1995년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신자 200만~300만 명이 피임 문제 등에 대해 청원을 했으나 철저히 외면했다. 특히 금서 목록을 만들어 네덜란드의 에드워드 쉴레베크, 브라질의 레오나르도 보프, 미국의 찰스 큐랜 같은 리버럴한 신학자들의 저서를 거기 포함시켰다.

슈피겔지는 3일자 특집에서 바오로 2세에 대해 "외부적으로는 혁명가였지만 교회 내부적으로는 반동적인 체제를 도입했다"고까지 평가했다.

이러한 진지한 비판들에 답하는 것은 다음 교황의 과제일 것이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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