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의 중학교용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됐다. 정부 전문가팀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역사교과서의 근대사 서술은 4년 전 검정통과본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식민지 지배 과정의 가해 사실 일부가 4년 전과 비슷하게 기술됐다. 물론 은연중에 일제의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서술 의도는 그대로 남았다. 고대사 서술의 편향적 시각도 4년 전과 비슷하다. 나머지 7종 역사교과서의 기술이 대체로 달라지지 않은 것을 포함, 올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검정은 4년 전과 대동소이하다.
한편 ‘만드는 모임’의 공민교과서는 독도 화보의 사진설명이 수정됐을 뿐 독도영유권 주장의 취지는 그대로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옮긴 것이라지만 기왕에 독도 문제로 비등해 있는 한국민의 감정을 더욱 자극할 만하다.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드러나는 일본의 역사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개악의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와 경계를 표한다. 그릇된 역사인식은 한국, 중국과의 감정의 골만 깊게 할 뿐 일본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정치·경제적 비중이 커지는 흐름에 맞추어서라도 일본의 역사인식이 아시아적 사고와 기준에 충실해지기를 촉구한다.
결과가 불만족스럽지만 일단 검정은 끝났다. 교육현장에서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가 얼마나 채택되느냐의 문제가 남았고, 양국 시민단체의 활발한 연대투쟁이 기대된다. 학교와 가정의 역사교육이 청소년의 역사인식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일본 국민과 교사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전하려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이 기회에 우리 스스로의 역사 인식에 편협함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자국 중심의 역사서술이 필연적으로 인식의 괴리를 낳으며, 자국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다 보면 상대국의 감정을 해친다는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분출한 반일 감정에서 보듯 최근 동북아 3국의 민족주의 바람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세계사의 보편성을 토대로 자국사의 공과를 냉정하게 살피는 것은 민족주의의 과잉을 막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이번 검정 결과에서 보듯 역사 문제는 단기 해결이 어렵다. 정부의 대응이 단기적 수정요구보다는 올바른 역사를 꾸준히 일본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에 치중해야 할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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