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는 무엇보다 ‘조직 안정’에 역점을 두고자 한 흔적이 역력하다. 파격적인 발탁이나 좌천성 발령을 최소화하면서 서열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고 민감한 보직은 유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법무부는 우선 김 총장(사시15회) 다음으로 검찰 내 최고참으로 남아있는 사시 16회 출신의 김상희 법무차관을 유임시켰다. 그 동안 검찰 안팎에서는 "김 차관의 이동 수위에 검사장급 전체의 인사구도가 영향 받을 것"이라며 주목했으나 결국 ‘분위기 일신’보다 ‘안정’이 우선시됐다. 같은 16회 출신인 임내현 광주고검장을 고검장급에서 최고위직인 법무연수원장에, 서영제 대전고검장을 대구고검장으로 전보해 예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명 가까운 검사를 거느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차기 검찰 내 권력구도를 가늠할 자리로 주목받았으나 이종백 현 지검장이 유임돼 조직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평이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인 법무부 검찰국장 역시 임채진 현 국장이 유임됐다.
안정을 위한 또 다른 노력은 사시 23회를 이번 승진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 23회는 사시 합격자 수가 150명에서 300명 대로 2배 늘어난 첫 기수로, 현재도 50명 가까이 검찰에 남아있어 인사 때마다 인사권자가 ‘적절한 안배’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23회를 일괄 배제함으로써 조직의 급속한 연소화를 막는데 초점을 맞췄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인 17회 출신이 차기 총장을 노릴만한 주요 보직에 다수 배치된 것도 특징이다. 정상명 대구고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안대희 부산고검장과 임승관 부산지검장은 각각 서울, 부산고검장으로 영전했으며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도 고검장급으로 승격돼 차기를 노리게 됐다.
김 총장의 친정체제 구축도 눈에 띈다. 1년 전 대검 차장으로 대선자금수사를 지휘했던 김 총장은 안대희 당시 중수부장과 문효남 수사기획관을 지근 거리인 서울고검장과 대검 감찰부장에 불러들였고 서울고검장 시절 자신을 보좌했던 박영수 서울고검 차장을 신임 중수부장으로 중용했다.
법무부의 감찰활동 강화를 위한 포석도 주목된다. 검찰의 자체감찰 시스템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된 법무부 감찰관을 대검 감찰부장보다 선배 기수로 임명해 힘을 실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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