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 4년 만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국방부 청사.
윤광웅 국방장관이 최근 동북아 정세를 우려하는 차원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하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윤 장관의 말을 경청하던 차오강촨 중국 국방부장은 "대만은 중국의 독도입니다"라는 말로 화답했다.
중국의 대만만큼이나 독도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우리측 대표단은 "이 말은 동북아에서 패권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에 공동대응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4일 윤 장관이 한중 국방장관 회담의 결과로 밝힌 양국 군사교류 강화 방안은 복잡하게 얽히고있는 동북아 국제정세를 심각하게 반영하는 단면 중의 하나다. 특히 참여정부가 올들어 수 차례 우리 외교안보정책 기조로 ‘동북아 균형자론’을 밝혀온 터라 한중 군사교류 강화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플랜이 아니냐는 분석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가 강조해온 외교안보정책의 기조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등거리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앞서 2월 국정연설과 지난달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 군의 목표는 동북아 세력균형자로 이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내는 것"이라며 군의 변경된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때문에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 변화가 군사 정책에서 구체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윤 장관은 일단 한중간 군사대화의 통로를 넓히는 방향으로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1999년과 2001년 등 2년에 한번 열렸지만 참여정부 교체기의 최근 4년 동안은 한번도 열리리 않았다. 이를 정례화하고 국과장급 실무회담도 연 2회 개최한다는 것이 우리측의 복안이며 중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나아가 우리측은 한일 간에 실시하고 있는 인도적 차원의 해상 공동수색·구조훈련의 경우 중국과도 공동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화수준을 넘어 군사훈련 부문에서도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동북아 균형자론’을 군사분야에 접목시킨 첫 사례라 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한중 군사교류 강화는 동북아 균형자론과 상관없이 오래 전부터 준비돼 온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하지만 한중 군사교류 강화 방침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의 반발을 받을 수 있는 등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동북아 균형자론 자체가 미국의 후원을 업고 있는 일본의 패권주의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한미 동맹과 배치된다"며 "이를 군사분야에서 적용하기 위해 중국과 접근한다면 더 큰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진영에서도 한미동맹 강화와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대등한 군사외교는 양립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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