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회 식목일이다. 공휴일로서는 마지막이다. 그래도 될 만큼 산이 많이 푸르러졌다. 수십년 동안 숲을 가꾸고 지킨 정책의지의 승리다. 해방과 전쟁, 빈곤과 경제개발, 거듭된 정치 혼란을 겪으면서도 산림정책만은 일관성을 유지해 온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잇따른 개발로 임야면적은 조금씩 줄었지만 나무 총량은 침목수, 활엽수 가릴 것 없이 크게 늘었다. 1997년과 2003년을 비교하면 임야면적은 644만㏊에서 641만㏊로 줄었지만 입목 총량은 3억4,000만㎥에서 4억6,800만㎥으로 껑충 뛰었다.
그렇다고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빼는 것이 나무와 숲을 아끼는 마음가짐까지 풀어 헤치자는 뜻은 아니다. 보다 의미 있는 숲으로 가꾸어 나가자는 목표로의 이행이고, 봄 가을이면 언제든 나무를 심자는 식목 생활화 선언이다.
산림의 사회적 의미는 많이 바뀌었다. 이제 땔나무를 찾아 산을 뒤지는 사람은 없고, 한때 잣나무나 밤나무 등 유실수에 집착했지만 그 효용이 많이 떨어졌다. 대신 잡목림과 휴양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숲의 고유 기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잎과 줄기와 뿌리 가득 물을 담아 홍수와 가뭄을 막고, 더운 여름날이면 물을 증발시켜 기온을 낮추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잡아 가두고, 산소를 내뿜는 기능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발효로 숲은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좌우하는 국민경제적 가치가 된다.
산림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 소나무 재선충 피해가 경북 중부 지역까지 북상해 있고, 적절한 간벌이 이뤄지지 않아 숲 전체가 죽어가는 곳도 여럿이다.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국민적 지혜와 노력을 모은다면 해결 못할 일도 아니다. 우선은 자주 나무와 숲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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