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나라당을 좌지우지했던 소장파들이 요즘처럼 곤궁한 적은 없었다. 도저히 말발이 서지 않는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중심이 된 수도지키기투쟁위의 사정은 더 좋지않다. 행정도시법 반대 투쟁은 언젠가 모르게 잦아들었고 존재 조차 희미해졌다.
한나라당내 비주류의 양 축인 이들은 최근 ‘7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일제히 주장했고 지도부의 ‘책임 당원제’ 도입을 비판했다. 공동 전선을 편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세를 얻지 못한 채 ‘찻잔 속 태풍’이 됐다. 중도 의원을 비롯 당 안팎의 시선이 싸늘하다. 1일 의총에서 수투위 소속 박계동 의원이 "책임당원제 도입은 박사모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 의원들 사이에선 비웃음도 터져 나왔다. 그날 아침 운영위에선 소장파 이성권 의원이 책임당원제 도입을 비판했지만 "그간 책임당원제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 왜 말을 바꾸냐"는 비판만 받았다. 비주류가 일제히 들고나왔던 7월 전당대회 개최도 "조기 전대 소집을 결정하면 사퇴하겠다"는 박근혜 대표의 한마디에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비주류의 약세는 당내 불신 때문이다.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 주장하면 특정 대권 주자를 염두에 두고 박 대표를 흠집 내려는 계산으로 치부되고, 소장파들은 ‘말을 바꾸는 못 믿을 사람들’로 낙인 찍혀 있다. 박 대표가 강재섭 원내대표와 맹형규 정책위의장으로 대표되는 중도세력을 끌어들인 것도 비주류를 더욱 왜소하게 하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비주류는 지금 4·30 재보선 결과가 신통치 않아야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역설적인 처지에 놓여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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