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퇴임한 송광수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 중립과 독립을 거듭 강조한 퇴임사를 남겼다. 정치사회적 격변기에 내부 개혁과 정치부패 척결의 절박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단호한 소신이 돋보였던 그가 취임 때의 다짐을 한층 강한 어조로 되풀이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간 겪은 고충과 검찰이 처한 현실, 앞길에 도사린 어려움을 두루 통찰한 고언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는 검찰이 사회를 부패와 비리에서 지키는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앞세웠다. 그러나 이어 검찰이 정도를 벗어나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눈치를 보다가는 소금은커녕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삼엄하다. 굳센 의지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외압과 유혹에 맞서지 않으면, 만고에 처량한 이름이 될 것이라는 경계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송 총장 체제의 검찰은 바깥에서 닥친 거센 개혁 물결에 더러 갈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스스로 바로 서겠다는 다짐대로 불법 대선자금 및 권력주변 비리 수사에서 강퍅할 정도로 원칙을 좇아, 지난 정부에서 와해되다시피 한 신뢰를 상당히 회복했다. 송 총장의 대중적 인기가 이를 상징한다.
문제는 이런 검찰의 소신이 정치권력의 이해와 부딪치면서, 검찰조직을 변화에 게으른 기득권 집단으로 치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 것이다. 공직부패수사처 신설 등 여권의 여러 개혁 조치는 이런 검찰 불신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민주적 정부 아래에서 검찰의 신뢰가 한층 추락한 근본은 정치권력이 말로는 검찰 개혁과 독립을 외치면서도 부당한 압력과 간섭을 일삼은 데 있다.
송 총장이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는 ‘공공의 적’으로 전락하는 길이라고, 자극적 표현으로 경계한 속뜻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누구보다 정치권력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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