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까지 대통령을 계속 하겠다."
2일 끝난 짐바브웨 총선에서 전체 150석 중 108석을 얻어 개헌선을 넘는 압승을 거둔 아프리카 민족연합-애국전선(ZANU-PF)의 로버트 무가베(82·사진) 대통령이 외신기자들에게 던진 첫마디다.
3선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2008년 대통령에서 물러나겠다던 그가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속내를 드러낸 것은 영국 미국 등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서방이 더 이상 자신에게 왈가왈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자신감에서 나왔다.
영국, 미국과 무가베의 악연은 1980년으로 올라간다. 영국의 식민통치 아래에 있던 짐바브웨를 독립시킨 무가베는 "백인들이 빼앗은 땅을 되찾아 흑인 농민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파격적인 토지개혁으로 국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이후 권좌에 있는 25년 동안 그는 "우리를 지배하려는 영국, 미국에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며 민족감정을 자극, 자신을 ‘독립투사’로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은 무가베를 두고 "국민들을 굶어죽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미국은 "야당과 반정부인사에 대해 폭력과 고문을 서슴지 않는다"며 ‘폭정의 전초기지’ 우두머리로 몰아세웠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미국과 영국은 암암리에 야당 민주변화운동(MDC)의 승리를 위해 배후 조종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무가베가 선거기간 내 야당이 아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총선과정을 감시한 아프리카 주변국과 러시아 등 친 짐바브웨 국가들이 "부정선거의 증거가 없다"고 한 것도 무가베의 기를 살렸다.
비록 무가베가 서방의 견제를 따돌리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파탄지경에 빠진 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킬 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지난 5년 동안 짐바브웨의 경제규모는 절반으로 줄었고, 실업률은 70%대로 치솟았다. 경제의 주축인 농업은 극단적으로 진행된 토지개혁의 부작용과 때마침 겹친 가뭄으로 거의 몰락한 상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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