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에게 연예인은 마음속의 우상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드라마 주인공 따라하기, 영화 주인공 따라하기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옷을 입고 머리를 손질하는 것도, 몸짓과 말투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아간다.
그러나 그게 어디 요즘 아이들뿐이랴. 열서너 살 무렵,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영화를 보았고, 중학교 3년 동안 본 영화 모두 통틀어도 열 편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내 우상은 그의 이름 앞뒤에 아무런 수식어도 붙이지 않은 영화배우 ‘장동휘’였다.
자료를 보니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찍었던 것은 1963년이고, 그때 나는 이 세상에 영화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산골 초등학교의 1학년 코흘리개였다. 그 영화를 중학교 때 단체관람하고, 이 다음 나도 저렇게 멋진 사나이가 되자고 다짐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잊을 수 없는 선생님 한 분이 내게 어른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주셨다면 이 분은 내게 단 한편의 영화로 사나이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주셨다. 그 시절 내 마음 속에는 산과도 같은 분이었다. 부음을 듣고 멀리서 절을 올린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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