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의 1일 기자회견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는 회견에서 올해 한국측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불만을 표시하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시에 대비해 한반도에 사전배치한 장비와 물자의 규모 역시 재조정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이미 지난달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지난해에 비해 감액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양국 정부의 공식발표만을 남겨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 현역 군 지휘관에 불과한 캠벨 장군이 공개석상에서 불만을 토로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3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한국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사실을 통보하고, 협상 상대자인 한국 국방부에는 일언반구도 내용을 알리지 않은 점도 개운치 않다.
이번 회견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감원의 책임을 한국측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미국은 2008년까지 주한미군 병력의 3분의 1을 감축하고 41개 기지를 23개로 통폐합하기로 해 한국인 근로자 해고는 이미 예고돼 있던 상황이었다. 캠벨 사령관의 회견을 우리 정부의 자주 국방론이나 동북아 균형자론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으나 아직 성급한 판단은 이른 듯 하다. 어쨌든 한·미간 협상에서 합의된 정책사항에 일방적으로 불만을 피력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양국 관계의 신뢰에 부담이 되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측과 반드시 사전협의가 필요한 주한미군 장비 감축까지 들고 나온 이유가 매우 궁금한 대목이다.
이번 회견이 행여 한·미 양국에 마찰과 갈등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5일부터 열리는 한미 안보정책구상 회의에서 양국 관계자들 간에 충분한 대화와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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