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죽음이 쌓인다. 바닷속의 미생물과 어패류가 죽어 바닥으로 가라앉고, 육상의 동식물이 분해된 유기물도 강물을 따라 흘러 든다. 그런 침전물이 썩으면서 발생한 메탄 가스가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받아 물을 품은 채 빙결한 것이 메탄 수화물(水化物), 즉 메탄 하이드레이트다. 드라이아이스가 온도가 높아지거나, 압력이 낮아지면 이산화탄소로 승화하듯 메탄 하이드레이트도 저온, 고압의 고삐가 풀리면 물과 메탄가스로 바뀐다. 이 메탄 가스를 프로판이나 부탄 가스처럼 연료로 쓸 수 있음은 물론이다.
■ 1990년대 중반 미국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메탄 함유율 2%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매장이 확인되면서 각국의 탐사 열기가 고조됐다. 일본은 시즈오카(靜岡) 앞바다에서 메탄 함유율 20%에 이르는 양질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을 찾아낸 것을 비롯,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의 100배에 이르는 매장량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울릉도와 독도 주변을 중심으로 한 동해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매장량도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의 30배에 달한다. 자원 빈국의 국민으로서는 생각만 해도 잠시 등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다.
■ 그러나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개발·이용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메탄 가스의 온실효과가 그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환경 위협으로 거론되는 마당에 온난화로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지면 그에 따른 압력 감소만으로 현재 해저에 잠자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깨우고, 그것이 다시 온난화를 촉진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지구 규모의 탄소 순환·균형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이유이다. 개발·이용의 기술적 난점은 오히려 사소하다.
■ 최근 독도 문제와 관련해 자주 듣게 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얘기에서는 이런 근본적 한계에 대한 고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이 좋아지면 천연두 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는 말이 있듯, 다른 섬들이 들으면 질투가 날 정도로 독도 칭송에 매달린 결과이다. 그러나 보조개가 아니면 어떻고, ‘꽃 선녀’가 아닌들 어떠랴. 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내를 아껴야 하듯, 독도도 국토의 한 부분으로 사랑하면 그만이다. 그런 차분한 사랑이야말로 세월이 흘러 보조개마저 엉뚱한 흉터로 바뀌어 보이지 않게 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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