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대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가 인류의 행복을 기원하는 메시지와 4반세기에 이르는 치적을 남기고 2일 서거했다.
교황은 죽음을 맞기 직전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세요"라고 힘겹게 한자 한자 적은 친필 메모를 병상을 지키던 고국 폴란드 신부와 수녀들에게 남겼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바티칸 소식통을 인용, 교황이 "울지 말고 기도합시다"라며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신자들을 의식한 듯 창문을 향해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고 전했다.
나발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1일 밤 광장에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는 소식을 들은 교황이 "‘그대들을 찾았는데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일 오후 8시께 ‘주님 자비 주일’미사에 참석한 교황은 중병의 고통을 덜고 구원을 기도하는 두 번째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받아 죽음을 준비한 뒤 2시간 뒤인 오후 9시37분(한국시각 3일 오전 4시37분) 영면했다. 교황의 개인비서 스타니슬라브 지위즈 대주교 등 폴란드 고위 성직자 5명, 재임기간 교황을 보필해 온 폴란드 수녀 3명, 주치의 등 이탈리아 의사 3명과 간호사 2명 등이 임종했다.
교황청은 3일 "교황이 패혈성 쇼크와 치유 불가능한 심부전 증세로 서거했다"며 1996년 교황이 공표한 교황령인 ‘주님의 양떼(Universi Dominici Gregis)’에 따른 추도 및 장례 기간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장례식 날짜와 절차는 4일 오전 소집될 추기경단 특별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이달 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소집 문제도 논의된다.
한편 교황의 시신은 3일 교황청사에 모셔졌으며 교황청과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 기도제가 열려 사상 처음으로 TV를 통해 일반에 생중계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키로 했다고 미 NBC 방송이 전했다.
1978년 58세로 즉위한 교황은 26년에 이르는 재임 기간 동안 공산권 해방, 종교·민족 간 화해를 위해 진력해 ‘평화의 사도’‘해방자’ 등의 칭호를 얻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도 반대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바티칸 외신=종합
■ 盧대통령 "국민과 함께 애도"/ 金추기경 "위대한 목자 잃어"
노무현 대통령은 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교황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크게 기여하신 평화의 사도로서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애도 메시지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교황이 1984년 방한해 103인의 시성식을 주관하고 89년에는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도해 준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로마 교황청 국무장관인 소다노 추기경 앞으로 조전을 보내고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을 주한 교황청대사관으로 보내 조의를 표시했다.
열린우리당은 "세계 역사는 냉전의 높은 벽을 넘어 화해와 평화를 물결치게 한 교황의 노력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폭력과 전쟁, 증오와 갈등 대신 이 땅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애쓸 때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이타적 삶의 기적을 교황은 마지막 메모로 남기셨다"고 애도했다. 민노당, 민주당, 자민련도 이날 각각 애도 논평을 발표했다.
한편 정부는 6일 장례미사에 맞춰 이해찬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조문사절단은 이 총리를 비롯해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 작가 박완서, 봉두완 천주교민족화해센터 회장, 이창복 전 의원, 박재일 한살림 회장, 손병두 한국천주교평신도 사도직협의회 회장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金추기경 "위대한 목자 잃어"
김수환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는 3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에 애도를 표시했다.
김 추기경은 "교황이 별세하시니 마음이 무겁고 애석한 심경을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는 위대한 세계의 목자(牧者)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최 주교회의 의장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 "교황님은 분단된 한국의 평화통일을 간절히 염원하셨다"면서 "빛나는 귀감이신 어른이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을 더없이 애석해 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분을 통해 드러난 자비하신 하느님의 빛과 사랑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주교단은 바티칸에서 장례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6,7일께 김 추기경과 주교회의 최 의장, 정명조 부의장(부산교구장), 장익 총무(춘천교구장)주교 등 4명으로 구성된 조문단을 파견키로 했다.
주교단은 이에 앞서 5일 오후 6시 명동성당에서 김 추기경의 주례로 주교단과 주한 교황청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주교단은 명동성당에 공식 분향소를 설치하고, 각 교구에도 주교좌 성당을 중심으로 분향소를 마련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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