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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사고책임 발뺌·오진 기막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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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사고책임 발뺌·오진 기막힐뿐

입력
200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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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5분도 안돼서 크게 다쳤다. 네덜란드인 99%는 스케이트를 잘 탄다. 나 또한 서너 살 때 배웠던 스케이트 솜씨인데, 그 곳 스케이트 날이 너무 무뎌서 넘어진 것이다. 롯데월드는 나를 가락동 병원으로 보내고 진료비를 대줬다. 뼈가 부러지지 않아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었다면서 3주 뒤면 낫는다고 하며 깁스를 해줬다. 일주일 뒤 다시 오라고 했는데 병원이 집에서 멀어 소견서를 받고 가까운 정형외과에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발목 뼈가 이탈되고 위 종아리는 몇 조각으로 부러져 있었다. 가락동 병원에서 오진을 한 것이다. 전신마취하고 발목뼈를 못으로 박아 고정하는 수술을 한 뒤 입원해야 했다. 그런데 롯데월드에서는 이렇게 다친 사람은 한 번도 없으며, 스케이트 날이 무딘 것은 증거가 없으니 도의적인 책임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난다. 사고가 났을 때 문제의 스케이트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네덜란드에선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사고가 나면 환자가 스케이트 날이 무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운영자 측이 스케이트 날이 무디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롯데월드 규모의 놀이공원에서는 엄격한 안전기준을 따르는지 감시하기 위해 감독관이 불시에 방문하고, 기준에 부적합한 사고가 한 건이라도 발생할 경우 놀이공원 운영 금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한국에는 감시관이 있는 걸까? 감시관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바뀌는 걸까? 조선 시대 공무원들은 부정과 뇌물 수수를 막기 위해 2년마다 담당이 바뀌었는데 말이다.

네덜란드에선 놀이공원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사고도 운영자가 책임을 진다.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집에 갈 때까지 책임을 진다. 가락동 병원의 오진은 어처구니가 없다. 네덜란드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환자가 요구할 경우 오진을 발견한 의사가 의학 위원회에 고발을 제출해야 한다. 3회 고발당하면 그 의사는 다시 자격시험을 봐서 합격할 때까지 자격이 정지되고, 이후에도 오진이 계속되면 자격은 영원히 박탈된다.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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