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입구에는 ‘무원칙한 전략공천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4·30 충남 아산의 재선거 후보로 자민련 출신의 이명수 전 충남 부지사가 결정된 데 대한 항의표시였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 현수막은 그러나 우리당이 처한 딜레마를 상징한다. ‘당원에게 당권을 돌려준다’는 취지의 기간당원제가 첫 결실을 맺는 자리에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당원들의 현수막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물론 지도부로서는 억울해 할 것이다. 공천심사위 관계자는 당규상 재보선 때 전략공천이 가능하다고 명기된 점, 현지 여론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온 점, 중앙위 인준을 거친 점 등을 들어 "원칙과 현실에서 문제가 없는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중앙당 관계자들은 "충남 16개 당원협의회 가운데 유독 아산만 반대하는 것은 지역당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조금 지나면 반발이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과 전망은 자기모순이자 기간당원들의 진의를 왜곡하는 것이자 지난해 총선 때 우리당을 지지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지금 기간당원들은 전략공천 제도 자체 보다는 이 전 부지사가 우리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를 문제삼고 있다. 당원들은 지금 정당 민주화를 소리 높여 약속한 우리당이 오로지 ‘당선 가능성’만을 위해 원칙을 내팽개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우리당의 새 지도부는 전대 대회장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무원칙한’이라는 글귀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애써 무시한다면 결국 30일에는 국민 모두로부터 외면당할 지도 모른다.
양정대 정치부기자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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