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작정했던 것 같다. 가볍고 즐겁게 쇼처럼 가자고 말이다. 그래도 가벼움의 종류는 다양한지라 그 속에 무언가를 은밀히 감추어 두었기를 기대했다. 세상에 겉모양은 가볍고 실없어 보이지만 정작 알맹이가 꽉 찬 것들은 많은지라, 그리고 그런 것을 막상 만났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믿기에 정작 ‘쇼’라고는 했지만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그런 기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정말 쇼였다. 공연은 즐거웠다. 난해하기로 이름 높은 게 현대무용이지만 안무가가 전하려는 것은 명확했고 간간이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공연이었다.
영국 신체극단 DV8이 3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한 신작 ‘Just for Show’(사진)는 무대 안에 화려한 막과 함께 또 다른 무대를 차려놓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마네킹 같은 여성 무용수가 첫인사를 하고 어줍지 않은 엘비스 프레슬리, 마술사, 옷 입기와 벗기를 반복하는 여자, 문신한 남자 등이 화려하고 신비로운 영상과 함께 무대를 메웠다. 간혹 객석의 관객들과 어울리는 행위들은 위트가 넘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매 장면이 분절되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을 보면 작품의 완성도는 높고 구조 역시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다. DV8의 안무가 로이드 뉴슨은 작품 속에서 춤에 대한 명확성, 다시 말해 공연에 있어 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보여주었지만 정작 무언가를 말하지 못한 우를 범했다. 위트와 세련미, 다른 매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영리함은 돋보였지만 작품의 알맹이는 감지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가벼운 쇼였다.
박성혜·무용평론가 사진제공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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