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장거리 이동할 때 나는 영화주간지를 산다. 창 밖 풍경을 구경하거나 조는 틈틈이 관심 가는대로 기사를 골라 읽어도 되고 다 읽은 후에는 보고 싶은 영화 한 편 정도는 마음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주, 터미널 서점 앞에서 문득 ‘왜 서평 주간지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서적뿐만 아니라 문학, 장르문학, 만화, 어린이책까지 아우르는 서평지를 신문판매대에서 팔면 출퇴근길 직장인들의 손길이 가지 않을까. 책의 존재 이유가 교육과 교양 함양에만 있는 것처럼 어렵게 쓴 점잖은 서평이 아니라 책 소개, 주인공, 작가,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 등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쉽고 가볍게 쓴 서평지 말이다. 한 편의 영화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가.
각종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읽을만한 책이 없어서’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서’가 더 정확한 이유일 것이고, 그것은 독자에게 필요한 책 정보가 그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서관 담당자들을 위해서는 다른 형식의 서평이 필요하다. 신간 내용 소개에 더하여 대상 독자, 과거에 출판된 책으로의 유기적인 연결과 동일 주제 분야 책에 대한 비교도 필요하다. 한 마디로 책 사이의 관계 맺어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지구의 역사에 대한 신간 ‘움직이는 섬’을 소개할 때 이 책이 지진, 화산폭발, 대륙의 이동과 같은 현상을 남극 근처의 한 섬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야기 형식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어렵다는 것을 밝힌다. 보다 객관적이고 직설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있으면 같이 소개한다.
관련 주제로 화산에 대한 책을 소개한다면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는 저자의 지식과 하와이 거주체험을 결합시켜 재미나게 끌어가는 글 위주의 책이지만 저자가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독특한 그림이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종종 하와이의 화산과 제주도를 비교하거나 칼데라와 분화구처럼 혼동하기 쉬운 용어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장점이 있다. ‘거대한 불꽃 화산’은 그림에 설명을 곁들인 전형적인 지식정보책으로 보다 낮은 학년용이다. 그러나 한 권만 구입한다면 전자를 추천한다고 가치 판단을 해주어야겠다.
그 외에도 개정판이 나오면 이전에 비해 내용이 보충되었는지, 그래서 반드시 구입해야 할지 소상한 정보를 제공하면 사서들은 기본서부터 갖추고 각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에 맞춰 장서를 늘려나갈 수 있다.
권장도서목록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읽을 책을 선택하려면 다양한 서평에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좋은 서평이 나오려면 주제와 배경이 다양하고 독자도 잘 아는 서평자의 참여가 절실하다.
이 글에서 다룬 책들
움직이는 섬/ 메레디스 후퍼 글. 루시아 들레리스 그림. 서돌.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 이지유 글, 그림. 미래M&B
거대한 불꽃 화산(어린이 디스커버리)/ 사이먼 애덤스 글.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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