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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촌지시대의 사회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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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촌지시대의 사회像

입력
200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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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촌지 받는 게 당연하다"는 요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학부모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던 자칭 ‘촌지 교사’가 실제 교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전해지자 시교육청 관계자들의 얼굴에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 파문이 일었던 전날의 침통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다행스럽다"는 안도의 한숨소리 속에 "(해당 글이) 교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다"라는 반응에서부터 "(당사자를) 혼을 내줘야 한다"는 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정말 안심해도 되는 한낱 소동일 뿐이었을까?

글을 올린 당사자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그가 펼친 주장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혀를 찰 정도로 상식 이하임이 분명하다. 많은 성실한 교사들이 ‘가짜 촌지 교사’로 인해 느꼈을 상실감과 분노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이런 어이없는 글이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촌지 사회’의 현실에 있다.

단순히 "막 태어난 아기가 두 발로 걸었다"는 엉터리 얘기라면 아무도 안 믿어야 하는데 ‘가짜 촌지 교사’의 글은 달랐다. 문제의 글이 올라온 뒤 상당수 학부모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며 울분을 토했다. 한 학부모는 "활달하던 우리 아이가 촌지 때문에 소심하고 눈치 보는 아이로 변해버렸다. 버티다 못해 봉투를 내밀었을 때 주변에 있던 엄마들이 박수치고 난리였다"고 적었다. 이렇게 촌지 피해자들이 아직 존재하는 한 글 작성자가 실제 교사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교육계 관계자들은 알아줬으면 한다.

자칫 다음 번에는 ‘실제 교사인 것으로 밝혀지는’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으니….

진성훈 사회부기자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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