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 대학에서 공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루시드 폴(Lucid Fall), 조윤석(30·사진)이 2집 음반 ‘오, 사랑’을 들고, 3일간의 공연을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다. 서정적이고 간결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루시드 폴의 음악은 여전히 귀를 간질간질 흔들며 나른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선물한다. 비 올 때도, 혼자 깨어 있는 새벽에도 좋더니 그의 음악은 봄에 들으니 더 좋다.
2002년 영화보다 더 성공한 ‘버스, 정류장’ OST를 내 놓은 후 유학길에 오른 그는 낯선 타국에서 마종기의 시를 즐겨 읽었다고 했다. "‘이슬의 눈’이나 ‘그 나라 하늘빛’ 같은 시집을 좋아해요. 그분의 시를 읽으면 괜한 동질의식을 느껴요. 그 분도 의사라는 다른 직업이 있고, 외국에서 생활하고, 끊임 없이 한국을 그리워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스스로를 ‘얼치기 시인’이라고 하시잖아요. 물론 사실이 아니지만. 저는 정말 가끔은 얼치기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타향에서 만든 이번 음반은, 마종기의 시처럼 그리움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할머니를 그리워 하고(‘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 서울의 동네를 떠올리고(‘삼청동’) 들꽃(‘들꽃을 보라’)을 노래한다.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녹음을 끝내면 한 1년은 곡이 안 써지는데… 그 곳에서는 이번 음반 끝내고도 바로 곡을 쓰고 있더라구요. 답답한 가봐요."
199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그는 97년 인디밴드 ‘미선이’를 결성해 활동했고 2001년 ‘맑고 투명한 가을’이라는 의미를 지닌 일인밴드 루시드 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홍대 앞을 누비며 음악 하느라 대학(서울대 화학공학과)을 6년 만에 졸업한 후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나면서도 음악을 놓을 생각은 없었다. "떠날 때 악기를 아주 커다란 박스 7개에 담아 배로 부쳤는데요, 그게 다 도착하는데 6개월이 걸렸어요. 그러다 지도교수를 따라 스위스로 학교를 옮기게 된 거에요."
음악인과 공학도의 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듯 하지만, 악기 수송 작전에서 보듯, 그는 둘 다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번 공연은 처음으로 홍대를 벗어나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연다. 1일부터 3일간 열리는 공연을 마친 후, 그는 5일 다시 스위스로 떠난다. 공연문의 1544-1555.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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