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설립한 철도교통진흥재단이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투자 계약금으로 러시아 알파에코사에 준 65억원은 과연 돌려받을 수 있을까.
1일 철도공사에 따르면 왕영용(49) 철도교통재단 이사장 겸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은 지난달 25일 국내 법무법인 관계자와 러시아 모스크바에 들어가 현지 법무법인과 합류, 28일부터 5일째 알파에코측과 계약금 반환을 놓고 3차 협상을 벌이고 있다. 철도공사는 러시아와의 계약 해지 직후 1차 협상을 했고 올해초 1차례 더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 해지 귀책사유와 부대비용 산출방법을 놓고 이견을 보여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협상은 현지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1일이 협상 마감시한이지만 사정에 따라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철도재단측은 이번 반환 협상이 러시아 회사측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협상을 조속히 하고 싶다"고 해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계약금을 돌려받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교통재단이 설립한 합작회사인 한국크루드오일(KCO)의 주주인 권모씨는 계약분쟁과 관련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KCO의 지분구조와 관련한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자 철도공사가 사건화를 막기 위해 다돼가던 계약을 서둘러 해지했지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철도공사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이 말이 맞다면 극단적인 경우 철도공사는 계약금 전부를 떼일 수도 있다.
철도교통재단이 KCO를 설립한 후 러시아 유전개발회사의 주식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은 2004년 9월3일. KCO는 9월16일 은행에서 계약금 620만달러(65억원)를 대출받은 후 10월4일 러시아에 송금했다.
그러나 인수잔금 납입일인 11월15일까지 러시아정부의 지분 매각 허가가 나지 않자 철도재단은 즉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철도교통재단 관계자는 "계약조건상 11월15일까지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1주일안에 계약금을 돌려주도록 되어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알파에코 그룹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계약을 해지한 한 사유"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철도교통재단의 계약해지 통보 후 10일이 지나 ‘사할린에 원유를 우선 공급한다’는 조건부 지분 매각 허가를 내렸지만 재단측은 계약 해지 입장을 고수했다.
이 부분이 러시아측과 계약금 반환에 이견이 생기는 곳이다. 재단측은 "해지 사유가 러시아측의 계약조건 불이행에 있기 때문에 계약금을 전액 돌려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측은 "허가가 안 난 것이 아니라 늦어진 것이므로 거래 협상과정에 들어간 제반 행정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만 반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협상단도 계약금 전액의 반환보다는 행정비용의 액수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찌 됐든 65억원 모두를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이 요구하는 행정비용의 규모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 전대월씨 "이광재 의원 무관"/ 본보와 전화 통화 "곧 인터뷰…진실 밝힐 것"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서 핵심 인물로 주목 받고 있는 전대월(43) 하이앤드 사장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결백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 사장은 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최대 희생자는 이광재 의원"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내가 이 의원과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관련됐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는 바람에 이 의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의 핵심은 ‘철도청이 왜 그 사업에 투자했는가’ 하는 것인데도 나의 개인 전력과 이 의원과의 관련성에 모든 의혹이 맞춰져 있다"며 "조만간 공개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거액을 챙기기 위해 고의 부도를 낸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하이앤드가 부도 나기 두 달 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있었는데 해외 출장을 갔다 와 보니 회사는 부도가 나 있었고, 사장과 임원들은 모두 달아난 상태였다"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부도 상태에 다시 대표이사로 재취임해 마무리를 하고 있는 데 사기꾼 취급을 당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철도공사와의 유착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최근까지도 철도공사와 논의를 계속해 왔다"며 "곧 러시아로 가 담판을 지을 생각이며 철도공사와 유착관계라는 소문도 잘 못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유전이 사업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개발회사인 페트로사가 최근 이 유전을 인수한 것만 봐도 사업성이 있다는 게 증명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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