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아파트 건립 등 대규모 개발사업지역 입주자에게 학교용지 확보를 위한 부담금을 내도록 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가 제공해야 할 교육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개발사업자가 부담금을 내도록 최근 바뀐 개정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31일 지방자치단체가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입주자에게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토록 한 ‘옛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 2조2호’ 등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은 국민이 받는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비용을 일반재정 대신 부담금 같은 별도 재정수단으로 특정 집단에서 충당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학교용지 부담금은 2001년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 지난해까지 3,370억원이 징수됐으나 그동안 숱한 반발과 논란이 일었다. 부담금을 물리는 행위 자체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번 결정에 따라 부과 대상을 100가구 이상으로 낮추고 부담 주체를 입주자 대신 개발사업자로 바꿔 3월 말부터 시행 중인 개정법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부담금을 낸 가구는 소급 적용을 받을 수 없다.
한편 재판부는 ‘공중도덕상 유해한 업무’에 종사하게 할 목적으로 근로자를 모집, 공급한 사람을 처벌토록 한 직업안정법 46조 1항 2호에 대해서도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그동안 유흥업소 등에 소개비를 받고 접대부를 소개한 행위에 이 조항을 적용해 왔으나 재판부는 "공중도덕의 개념이 지나치게 가변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이날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잃어 이 법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은 모두 무죄가 되며 이미 형이 확정된 경우는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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