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를 한 사람에게 포상을 주는 등 밀고를 장려하는 방식은 군사정권의 전 분야에 걸쳐 성행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샀다. 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밀고에 대한 공포와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에서 파파라치(국립국어원이 정한 우리말은 몰래제보꾼)에 대해 이렇게 부연했다. 그러나 이런 정서와는 무관하게 각종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포상금을 받는 사람을 일컫는 파파라치는 이제 수십 만명이 종사하는 어엿한 직업군이 됐다.
■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신고 포상금 제도는 50여종에 달한다. 카파라치(승용차) 쓰파라치(쓰레기) 봉파라치(비닐봉투) 자파라치(자판기) 주파라치(주식·술) 꽁파라치(담배꽁초) 크레디파라치(신용카드) 농파라치(농지) 노파라치(노래방) 부파라치(부동산) 지파라치(지하철 방화) 팜파라치(의약품) 성파라치(성매매) 넷파라치(인터넷)…. 1일부터는 과다한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하는 신문사나 지국을 신고하면 최대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파라치가 도입된다. 실파라치(실업급여) 엘파라치(LPG) 쌀파라치(쌀)도 대기 중이다. 가히 ‘파파라치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 인터넷에는 포상금 전문 포털 사이트와 동호회, 카페, 유료 콘텐츠가 넘쳐난다. 파파라치 양성 전문학원도 성업 중이다. 2주동안 카메라 조작기술과 법률지식, 상황 대처요령 등을 알려준다. 그도 그럴 것이 불법 쓰레기 투기 신고로만 4억원을 벌어들이고, 돈 되는 고발이라면 마다 않고 나서 3년 만에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사람도 생겼다. 요즘 같은 불황에 잘만하면 웬만한 직장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 이들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공무원들이 미처 손쓰지 못한 구석구석의 불법행위를 찾아낸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가 하면, 돈벌이 사냥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개중에는 식품에 이물질을 고의로 넣고 고액을 요구하거나 영세상인과 노점상도 가리지 않는 악덕 파파라치가 설친다. 7월부터는 위해식품 신고 포상금이 현행 3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으로 대폭 인상돼 식품업체와 식당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파파라치들의 신고정신을 나무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상금 제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액수도 높아지는 것이 왠지 좋게 만은 보이지 않는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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