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외과의사는 그 손목을 절단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당시 의사들 대부분이 외과수술을 기피하고, 대신 향기로운 식물을 약으로 써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그때 사용되는 식물이 주로 허브로, 고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는 약 800여종의 허브가 열거돼 있고, 현대 의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400여종의 허브를 이용한 치료법을 후세에 남겼다.
그동안 값싸고 이용이 간편한 화학 제품들에게 자리를 내줬던 허브가 최근 다시 각광 받고 있다. 허브티, 허브목욕, 허브를 이용한 향신료와 화장품 등 관련 제품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수백만종이 넘는 허브의 효능과 이용법 등을 모두 알기는 힘들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옥상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2주 동안 700여종의 허브 관련상품을 모아 ‘허브농장’ ‘허브카페’ ‘허브테마존’ 등 3가지 주제로 한 ‘허브페어’를 실시하고 있다. 허브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고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허브티는 허브를 이용한 상품으로 가장 대표적인 제품. 마음의 안정이나 숙면을 취하고 싶은 때는 캐모마일이나 라벤더를, 소화가 안될 때는 페퍼민트,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로즈마리나 레몬그라스가 좋다. 변비에는 하이비스커스, 스트레스 해소에는 세이지, 생리불순과 생리통 완화에는 안젤리카를 추천한다. 허브로 차를 우려낼 때는 꽃이나 잎의 경우엔 1분 정도, 열매나 씨의 경우에는 2분 정도 우리는 것이 좋다. 가격은 보통 1팩에 1만~3만원 선. 보다 쉽고 간편하게 허브티를 즐기고 싶다면 속이 비치는 피라미드 모양의 티백에 캐모마일, 페퍼민트, 루이보스 등 3가지 허브를 담아낸 ‘립톤 허브티’가 제격이다.
허브 목욕은 긴장을 풀거나 원기 회복은 물론, 피부 미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향이 날아가 버리므로 39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20분 정도 담그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명 주머니에 허브를 담아 사용하거나 목욕용으로 나온 허브티백을 사용해도 된다. 라벤더, 페퍼민트, 티트리, 베르가모 등 다양한 아로마 원액 오일을 1~2 방울 떨어뜨려주면 허브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에센스오일, 비누, 샴푸, 린스, 바디클린저, 바디로션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이 1만~5만원에 판매된다.
허브의 원조는 후추와 같은 향신료다. 입맛을 잃기 쉬운 봄, 허브를 이용하면 음식의 풍미를 돋굴 수 있다. 특히 고기요리와 생선요리에 사용하면 재료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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