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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화재 업소 2차례 단속하고도 처벌 뒷짐/ 경찰, 업주 성매매 묵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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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화재 업소 2차례 단속하고도 처벌 뒷짐/ 경찰, 업주 성매매 묵인 의혹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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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 화재 참사(27일)와 관련, 경찰이 사건 전날 외에도 두 차례나 사고 업소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지만 출동만 한 뒤 업주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성매매 묵인 의혹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 종암경찰서(서장 조용섭)와 사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화재사건 전날인 26일뿐만 아니라 20, 25일에도 신고를 받고 단속에 나섰다. 20일 오후 ‘S업소에 내 동생 ○○가 감금돼 있다’는 112신고를 받은 종암경찰서 산하 개운지구대는 곧바로 출동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철수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종업원들에게 ‘감금당했냐’고 물었더니 부인해 그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25일에도 ‘미아리 S업소다.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경찰이 빨리 와 도와달라’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역시 개운지구대원들은 S업소로 단속을 나갔다가 그냥 돌아왔다. 강요를 입증할 만한 진술도 없고 성매매 여부를 확인하려 콘돔 등을 찾아봤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아 또다시 돌아선 것.

지구대 관계자는 "감금당했다는 진술도 없고 성매매 증거도 나오지 않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않느냐"고 둘러댔다.

이어 경찰은 세 번째 112신고를 받은 사건 전날인 26일에야 업주인 고모(47·여)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고씨는 성매매 알선혐의로 19차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 업소는 3년간 15차례 단속된 바 있다. 이런 전력을 감안해 애초 두 차례 신고시 제대로 수사했다면 27일의 화재 참사를 방지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또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나 진상 은폐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3차례의 신고접수 여부를 묻자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서장님이 입을 다물라고 해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 책임자인 여성청소년계장도 29일 갑자기 민원실로 부서를 옮겼고, 여성청소년계 경험이 전혀 없는 다른 경찰서 출신 경찰이 여성청소년계장으로 발령났다. 전직 계장은 이 사건에 대해 "당시 휴무여서 모른다"고 말했고, 신임 계장 또한 "발령받고 업무 파악 중"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사망자 유가족과 여성 단체들로 구성된 ‘미아리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은 업주가 관리하는 성매매 여성의 진술만을 토대로 형식적인 조사를 마무리 해 성매매를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책임자 처벌과 함께 실효적인 단속과 수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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