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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도공사의 황당한 유전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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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도공사의 황당한 유전투자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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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당시 철도청)가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계약금을 떼일 위기에 놓여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자회사를 설립한 뒤 러시아 원유생산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계약금 60여억원을 지급했으나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늦어져 계약을 파기했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명천지에 도깨비장난을 보는 듯하다.

가장 큰 의문은 철도공사가 왜 난데없는 유전사업에 무모하게 참여했느냐는 점이다. 철도공사측은 안정적인 유류공급과 경영개선을 위한 사업 다각화가 참여 이유라고 밝혔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문제가 된 사할린 유전사업은 유전개발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민간 업체나 한국석유공사조차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투자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철도공사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다는 지적이고 보면 의혹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사업성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단시일 내 투자결정이 이뤄진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철도공사가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러시아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7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철도공사가 유전개발과 아무 관련이 없는 부동산회사와 합작해 KCO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나 은행에서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에 대해 신속하게 사업자금을 대출해 준 경위 등 모든 것이 상식을 벗어난다. 이번 사업이 철도공사 내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세력에 의해 급조된 아이디어라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권 실세 의원이 이번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의혹에 대해 관련자 어느 누구도 속시원히 해명조차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지 않으려면 진상이 하루 속히 밝혀져야 한다. 철도공사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간 감사원은 조속하고 명쾌하게 의문점을 캐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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