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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동의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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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동의 소외

입력
200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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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중흥’을 일궈내 일약 세계적 CEO 반열에 올랐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의 ‘10년 권세’를 무너뜨린 요인 중 하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2000년대 들어 TV시장이 브라운관에서 PDP LCD 등 평판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었지만 소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엔터테인먼트로 다각화하느라고 제때 대처하지 못해 샤프와 마쓰시타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러자 이데이 회장은 아예 한단계 더 뛰어넘는 기술인 OLED에 승부를 걸고 자원을 투자했지만 시장은 소니가 이를 상용화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 오비이락 격으로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가 4월부터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의 특징을 ‘발광다이오드형’이라고 규정했다. 발광다이오드란 전류를 흘려보내면 전구나 형광등처럼 열 변환과정 없이 직접 빛을 발하지만 열은 내지 않는 첨단 소자를 일컫는다. 올 신입사원을 여기에 빗댄 이유는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경쟁관문을 통과한 만큼 능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성취욕이 강하지만 회사를 그저 성공의 발판으로만 여겨 뜨거운 애사심이 없다는 것이다.

■ 얼마 전에는 일본 내각부가 실업통계에서 ‘니트(NEET)족’이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해 열도가 술렁거렸다.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이라는 원래 뜻에서 보듯 니트족은 직장도 없으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않는, 이른바 ‘백수’다. 고용환경의 악화로 취업과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자포자기식으로 살아가다 보니 이들은 귀찮은 일을 멀리하고 향락에 빠지며 대인기피증과 광장공포증, 때때로 반사회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삶과 조직에 대한 열정이 없기는 발광다이오드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우리나라의 청년들도 이 같은 양극화의 길을 강요받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을 평생직업이 뒤엎어 버린 상황에서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9%를 넘보는 청년실업률과 별개로, 지난해까지 10만명 안팎이었던 구직 단념자가 최근 13만5,000명으로 급증했다는 사실의 함축성이다. 자아실현의 수단이자 목표여야 할 노동과 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은 참으로 잔혹한 일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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